오비마을미야자키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곳이다. 고즈넉한 시골 마을과 오비성이 있는 곳이다. 오비성은 불과 35년전에 성문과 건물 하나가 복원된 것에 불과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비마을은 36개의 가게가 함께 마케팅(?)을 하는 방식이나 오래된 건물들, 그 사이의 길들을 오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오비마을은 미야자키역에서 기차(소요시간 69분/910엔), 버스(130분/2020엔), 렌트카(80분)를 이용해서 갈 수 있다. 아침에 쉐라톤 호텔 3층에 있는 액티비티 센터에서 하루동안 미야자키에서 버스를 마음껏 탈 수 있는 비짓 미야자키 버스카드(1000엔)을 샀지만 기차와 버스의 이동시간이 1시간 차이가 나고 여행 내내 버스를 타고 다닐텐데 기차를 한번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2칸짜리 기차는 이런 곳에도 역이 있네 싶은 작은 역들 할머니, 할아버지 한분 한분을 내려주면서 오비역에 도착했다.  


  


오비역을 나오면 바로 왼쪽에 마을 가게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 붙어있는 지도와 7개의 유료 입장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쿠폰 붙은 지도와 입장권 세트(1000엔)을 사고 전동 자전거(500엔)을 빌렸다. 일반 자전거는 300엔, 1인용 전기 자동차는 2천엔이다. 오비마을과 오비성을 천천히 둘러보려면 3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1000엔짜리 지도+입장권 세트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지도가 굉장히 구체적이어서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처음 타보는 전동 자전거는 정말 좋았다. 걷기에는 조금 넓은 편이고 차를 탄다면 탔다내렸다를 반복해야 하는 애매한 곳이어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도에 적혀있는 한글은 내가 적어 놓은 것이다. 지도 뒤에 번호가 적혀 있는 가게에서 어떤 것을 받을 수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평일에는 문을 닫는 가게도 많아서 우리가 간 월요일에는 8개 가게가 닫혀있었다. 쿠폰지도를 살때 닫힌 가게를 표시해 준다. 안타까운 것은 바로 어제와 그제 주말동안 오비마을에서 일년에 한번 있는 축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어제 오전에만 도착했어도 좋았을텐데 조금 안타깝다. 우리가 미야자키에서 돌아오고난 주말에는 미야자키 신사에서 축제가 있다. 축제와 축제 사이를 마구 피해다니는 여행이라니...



유료 입장 시설 7곳에 들어갈 때 보여줘야하는 티켓이다. 한 곳만 들어가니까 이건 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안하는 게 좋다. 하나만 들어가도 600엔이다. -_- 그냥 1000엔짜리 오비마을 쿠폰과 입장권 세트를 사는 것이 오비마을의 가장 현명한 여행방법이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해서 우선 오비성으로 바로 갔다가나와 오비마을에서 뭔가를 먹기로 했다.


 


오비성 (飫肥城)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458년 시마즈 가문의 니이로 다다츠구가 오비성의 성주로 임명되었다는 기록이다. 이후 시마즈 가문이 대대로 성을 지배했는데 1484년 이토 스케쿠니가 오비를 공격해 온다. 이 전투에서 시마즈 가문이 승리하고 이토 스케쿠니는 전사하게 된다. 비록 당주를 잃었지만 이토 가문은 이후에도 오비성을 계속 공격했고 1567년 결국 오비성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5년 뒤인 1572년, 시마즈 가문과 이토 가문 사이에 기자키바루 전투가 벌어진다. 이토 가문은 3천명 반면 시마즈 가문은 고작 3백명이었는데 전쟁은 시마즈 가문의 승리로 끝난다. 이 전쟁으로 인해 이토 가문은 멸문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 후 시마즈는 영토를 확장해 갔고 주변의 여러 다이묘들을 격파해서 남규슈를 지배하게 된다. 시마즈 가문의 기세는 곧 큐슈지방을 통일할 것처럼 보였는데 1587년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 좌절된다. 정확히는 그의 동생에 의해서 패배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마즈 가문 영지를 빼앗긴다. 재밌는 건 이 때 다시 오비성의 성주가 되는 것이 이토 가문다. 이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이묘로써 지배하는 것이다. 즉 시마즈 가문과 직접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도요토미 밑으로 들어가서 그의 전투를 도왔고 결국 오비성의 성주가 된 것이다. 하나의 성을 두고 두 가문이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투를 벌인 예는 일본에서 거의 없는 일이다. 그 후 300년간 오비성은 이토가문의 의해 지배된다. 오비성은 1686년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서 근세 성곽의 모습을 갖췄고 그 후 메이지유신을 거치며 오비번('번'은 일본의 과거에 제후가 다스리는 영지를 가리킨다)이 없어지면서 성을 없앴다. 1873년에 모든 건물이 해체되어 성터만 남아있는 곳에 1978년에 정문, 1979년에 마츠오노마루가 재건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비성은 성은 시라스라 불리는 흰색의 화산 분출물 20-30미터 쌓여있는 땅위에 지어졌고 성 주변의 사카타이강이 오비성의 해자 역할을 하고있다.




오테몬(大手門)은 오비성의 정문으로 메이지 시대에 파손되었는데 1978년 복원했다. 오비에 있는 400년 된 최고의 삼나무가 오테몬 복원에 사용되었다. 오테몬으로 향하는 다리는 해자 위에 새워진 것이다. 넓은 해자에는 낙엽들만 구르고 있었다. 물이 없었다. 오테몬으로 들어서면 높은 벽들로 둘러쌓인 내부에 넓고 완만한 계단이 놓여있다.



그리고 바로 보이는 높은 삼나무들. 이곳도 멋지긴 한데 마쓰오노마루를 지나 있는 삼나무 숲이 더 멋지고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이 삼나무들은 오비마을에서 자란다고 해서 흔히 오비 삼나무로 불리는데 세계적으로 목재로서 이름이 나 있다. 수지분이 많아 잘 부패하지 않고 물에 젖어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뛰어난 탄성으로 선박재료로 쓰이고 개미를 죽이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집을 만드는데도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오비마을의 상가자료관에 가면 기둥이 통째로 사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황당한 건 올라가는 길에 4개의 삼나무가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걸 <행복의 삼나무> 부른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는데 이 4그루의 나무 중심에 서면 행복의 파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행복의 파워를 받고 있는 중이다. ㅋ


 



마쓰오노마루(松尾の丸)는 1979년 오테몬 복원 때 함께 세워진 건물이다. 원래 있던 건물은 에도시대에 무사들이 선호한 격식을 갖춘 건축 양식인 쇼인즈쿠리 저택으로 지어졌다. 건물 전체가 노통으로 지어졌는데 상당히 크다. 복도를 따라 방들이 놓여져 있는데 화장실, 목욕탕, 부엌 등도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갈 수 없게 막아두어서 올라갈 수는 없었다. 이런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살아보면 그냥 아파트가 가장 편하겠지?




오비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아무래도 오비성과 마을의 성주였던 기나긴 전쟁의 승리자였던 이토가문 성주가 머물었을 것이다. 



왼쪽의 사진은 화장실인데 현대의 변기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인상적이었다.


 


나름 마쓰오노마루의 포토존에서 사진 한장.jpg



오비성 뒷문이 있는 곳에 삼나무들이 있다. 지도에는 마쓰오노마루와 초등학교 사이에 그려져 있는데 일본어로 쓰여있기에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이야시노숲 정도 되는 듯. 삼나무는 일본 고유의 나무로 높이가 40미터에 이른다. 높게 솟은 삼나무 군락을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그 아래에는 푸른 이끼들이 깔려있어서 더 아름다웠다. 삼나무는 수령이 길어서 이삼천년을 살기도 해서 마을의 정령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서려있는 경우가 많다.




미야자키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면 오비성과 오비마을에서만 하루 종일 유유자적하고 미야자키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한 곳 정도만 들려서 오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첫날과 마지막날에 갈 수 있는 곳이 없고 온전히 이틀만 주어진 상황에서 오비마을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어 오비성을 나왔다.


요쇼칸(豫樟館)오비성 정문 앞에 있는데 1869년 메이지시대에 성주 이토가의 저택으로 지어졌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 등으로 산과 물 표현한 카레산스이 형식의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 마쓰오노마루와는 비슷한 듯 달라서 또 다른 멋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사진으로 일본의 너무 멋진 정원들을 보아왔기에 정원이 있다는 이야기에 기대가 컸는지 정원이 인상적이지 않았다.


 



요쇼칸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라면 이 장면?! 1800년대에는 이토가 저 그림  대신 앉아 있었을 거다. 그 앞으로 그 아래 사무라이들이 무릅 끊고 앉아 있었겠지. 하이하이 하면서.



 


상가 자료관(商家資料館, 쇼카시료칸)은 오비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870년에 오비마을의 또 다른 유료 입장 건물인 야마모토 고헤이 저택의, 바로 그 야마모토 고헤이가 지은 건물이다. 200년 넘은 오비삼나무로 지어져서 과거 상가에 쓰였을 법한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있는데 내부가 높지만 넓지는 않다.



여기서 처음으로 쿠폰을 사용했다. 시월인데도 뜨거운 햇살에 시원한 샤베트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쟁반에 받아서 상가 안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아, 이런데서 일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일이어서 더욱 그랬겠지만 재밌는 책 한권 읽다가 사람이 오면 티켓에 도장을 찍어주거나 아이스크림을 내어주면 되는 것이다. 영업시간 9:30 - 16:30


 



저 재현되어진 사람이 야마모토 고헤이일까?


 


전동 자전거를 타고 2시간정도면 오비마을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문득 시계를 보니 15분 뒤에 버스가 출발 하는 것이었다. 그 버스를 놓치면 1시간 15분 뒤의 버스를 탈 수 있다. 물론 그래도될 것 같지만 다음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너무 촉박해질 수 있어서 구경은 그만하고 남은 쿠폰을 사용하고 오비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아래 가게는 21번 가게인데 지도 뒤에 그려져 있던 기념품과 다른 기념품을 줬다. 음... 왠지 당한 건 같은 찜찜함. ㅎ


 


22번 가게에서 바꾼 빵은 딱 카스테라였다. 다양한 빵을 팔고 있는 빵집이다.


 


14번 가게에서 바꾼 과자. 시원한 차도 줬다. 4번 가게에서도 이 과자를 준다.


 


23번 가게에서 바꾼 과자는 양이 넉넉해서 버스를 타고가면서 산멧세 니치난으로 가는 동안 일용한 양식이 되었다. 오비마을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 뭔가 잘못되었어. ㅎ


 


도로의 뚜껑(?)도 센스 돋는 오비마을을 일찍 떠나는 게 아쉬웠다. 오비마을의 향토음식인 오비텐도 못 먹고 말이지. 오비텐은 근해에서 채취된 신선한 생선을 으깬 어묵에 두부와 흑설탕, 된장을 섞어 만든 오뎅을 튀긴 것이다. 장인이 만들었다는 아츠야키타마고[厚焼き卵, 계란말이]은 야마자키 여행 중 먹을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스킵하고 후다닥 자전거를 반납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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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_Rin 2013.10.24 23:40 신고 Modify/Delete Reply

    와.가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