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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린 제 1회 경기승마축제 후기


 지난 주말(11월 2일, 3일) 일산호수공원에서 제 1회 경기승마축제가 열렸다. 일산에 산 지 20년. 호수공원에서 말이 뛰어다닌다는 축제가 주말에 열린다는 소식에 당황하면서도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말이 도대체 공원의 어디를 뛰어다닐 수 있을 지 기대하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경기장은 호수공원의 정가운데에 해당하는 정발산역에서 들어오는 육교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보도블록 위로 모래를 깔았을까라는 나의 생각의 빗나갔다. 원래 잔디가 심어져있던 곳에서 경기가 이루어졌다. 승마경기는 보통 도시 외곽에서 열린다. 승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 경기를 찾아가서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승마축제의 목적은 말산업 홍보와 승마인구 확대를 위한 것이기에 승마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린 것이다. 이번 축제 기간동안 그 기대는 크게 충족되지 않았나 싶다.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미리 축제를 알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호수공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이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임시로 만들어진 마구간들에 가득한 말들이었다. 각기 다른 생김새를 가졌지만 하나같이 매력적이었다. 첫날에는 이 마구간 사잇길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둘째날에는 말들이 오가는 사람들과 구경하고 말을 만지려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관계자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해 두었다. 하지만 보통의 승마경기처럼 승마 구경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축제였기에 호수공원을 돌아다니는 관람용 포니(라고 쓰고 쓰다듬고 어린이를 태우고 사진찍는 포니)와 승마 체험장이 있기에 말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아쉬운 것은 승마 체험장은 몰려드는 사람들에 비해서 적은 말과 장소로 운영되어 줄을 선 몇몇 어린 아이들만 승마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본 경기장 옆에는 미리 기수와 말들이 워밍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토요일은 장애물경기(80cm), 마장마술 시범, 장애물 B 클래스(120cm) 경기가 열렸고 일요일에는 장애물 A 클래스, 릴레이 경기, 공람마술 시범을 볼 수 있었다. 모두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기에 장애물이나 릴레이가 끝난 후에 다음 경기를 위해 다르게 세팅되어졌다. 참가자 명단을 보니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승마단, 승마협회, 체육회 소속 선수들까지 다양했다.



빵~ 하는 나팔 소리가 나면 기수는 호흡을 가담듭고 스타트 라인으로 향한다. 스타트 라인에 있는 센서로 그곳을 지나칠 때 카운트가 시작된다. 선수층이 두꺼워서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했기에 오랜 시간동안 볼 수 있었던 것이 장애물경기였다. 장애물경기는 오래전 영국에서 시작되어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말을 타던 역사와 함께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단지 1780년대부터 스포츠로서 행해져왔다고 한다. 장애물경기를 보면 뛰어넘고 턴을 도는 등의 행위를 빠르게 해 나간다. 이는 산천에서 사냥을 하던 것과 흡사해보인다. 과거에는 승마가 스포츠가 아닌 사냥을 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장애물 경기가 시작되기전 안내방송에 따라 출전하는 선수들이 말과 함께 달릴 경로를 답사한다.



이 경기에 참가하는 말은 9~15세 사이다. 모든 기수와 말들이 같은 모습으로 경기를 끝낼 줄 알았던 경기는 꽤나 다양해서 흥미로웠다.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말,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지만 장애물은 너무 많이 떨어뜨렸던 기수와 말도 있었다. 회전을 너무 넓게 해서 시작을 잡아먹기도 하고,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장애물 앞에서 멈춰서기도 했다. 반면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빠른 시간에 경기를 마치는 선수도 있었는데 뒤에 남은 선수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과연 앞 선수의 완벽한 경기를 넘어설 지 기대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오후에 열렸던 장애물 경기에서는 한화갤러리아엔소와 김석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옷을 말과 깔맞춤한 기수 ^^



장애물을 넘은 후 기수는 이미 나아갈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말은 아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보인다. 빠르게 말의 방향을 바꾸어 다음 장애물로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동적인 말의 움직임과 말바굽소리, 말 근육의 움직임은 당장 승마를 배우고 싶게 만들었다.



말과 기수의 교감이 중요할 것 같다. 언제나 수고하는 말에게 토닥토닥 마음을 전하는 것 같다.



경기승마축제 첫째날은 오전에 비가 와서 오후부터 경기를 보았다. 아무래도 비가 오는 와중에도 오전에 경기가 속행되었는지 정해진 시간에 모든 경기가 끝이 났다. 

둘째날 다시 호수공원을 찾았다. 소년과 소녀가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공연을 펼쳤다. 주로 원을 도는 모습을 보였다. 공람마술이라고 하나보다. 공람마술에 대한 개념도 없고 설명을 찾기도 어려워서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대중에게 승마를 소개하는 축제의 장으로서 역할도 함께 한다고 했기에 경기와 공연의 특징들을 축제 행사일정 안내판 옆에 함께 세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일정 팜플렛 뒷편에 소개해 줘도 좋구. 첫번째 축제인만큼 아직 부족해보이는 점들도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훌륭했기에 즐거웠다. 내년에 두번째 축제가 꼭 열리길 기원해 본다.





릴레이 경기는 관객의 가장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던 경기였다. 아무래도 나란히 달리며 승자를 겨루는 경기이기에 더 큰 몰입을 가져온 것 같다. 릴레이 경기는 3명의 기수가 한마리의 말을 번갈아 타면서 코스를 도는 경기다. 같은 모양의 코스를 나란히 놓고 상대팀보다 먼저 들어오면 되는 것이다. 빠르게 코스를 달리는 것도 중요하고 빨리 기수를 바꾸어 타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물 경기와 달리 작은 말들도 꽤 눈에 띄었는데 이 작은 말들이 상위에 입상했다.


경기장 옆으로 승마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둘러보니 무료인 것 같았다. 그런만큼 어린이들만 가능하다. 아무래도 어른까지 태우기에 사람은 많고 말은 적다. 어~이 어린이! 좋겠다. ㅎ 말에 올라탄 아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경직되어서 벌벌 떠는 아이부터 싱글벙글 말 위에서 방방 뛰는 아이까지 성격에 따라 말을 타더라.



공원 광장에는 포니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포니는 조랑말로 광택이 있는 아름다운 털을 가졌다. 사실 말을 때때로 위험하다. 경기승마축제에서도 말이 마구간과 경기장을 오가는 사이 공원 길을 오가는데 사람들의 위협이 된 순간들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포니는 정말 작고 귀엽다. 어린이들의 사람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포니만한 개가 다가오기도 하고. ㅋ 단지 어린이를 위에 태우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을 보며 좀 괴롭겠구나 싶기도 하더라. 머리 꽁지가 귀여운 녀석들 둘. 


경기승마축제가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고 그저 승마축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을 뿐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가 힘들었다. 막상 축제장을 찾으면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평소 접하기 힘든 경기여서 그런지 흥미로웠다. 한해한해 지나면서 더 멋있어 질 것 같다. 부대시설의 디테일이 살짝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걸 살리면 조금 더 상업적인 색깔이 띄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