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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샤허 뒷산에 올라 라브랑스 내려다보기


라브랑스 사원의 거대한 크기는 실제 놀라웠다. 중국의 수 많은 거대한 유적지가 있지만 티벳인들의 샤허만큼 내게 강한 인상을 준 곳은 없었다. 거대한 크기에 곧 높은 곳으로 올라서 한 눈에 내려다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다행이도 라브랑스와 샤허 시내는 산들로 둘러쌓여 있어서 주변의 어느 산에 올라도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샤허가 3천미터의 고지대이기에 불과 몇십미터 더 올라가는 것이지만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전망 좋은 곳까지 오르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중국 여행 초기 나흘도 되지 않아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무리하면서 다니다가 이러다가는 동티벳에 와서 덕다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하루에 걸어다니는 것을 많이 줄인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면 인도여행에서처럼 고지대에 올라와서 피로 때문에 몸이 버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샤허를 비롯한 동티벳 여행은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와 몸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전혀 없었다. 신선한 공기와 높고 파란 하늘로 더 기분이 상쾌했다.   



내가 오른 곳은 라브랑스 사원의 뒷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산은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그리 높지 않은 앞산에 올랐을 때는 목동과 양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멍 때리고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하지만 경치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도로 건너에 있는데다가 높이도 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앞산에서 내려와 가팔라 보였던 뒷산에 올랐다. 처음에는 앞에 보이는 방향으로 오르려고 했는데 철조망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야했다. 위의 사진이 철조망으로 막혀있는 앞부분까지 오를 수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코라길과 라브랑스 사원, 승려들의 숙소를 볼 수 있다.





철조망에 막혀 다시 내려와서 산 뒤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쪽에도 철조망이 있는데 철조망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보면 뚫려있는 부분이 있다. 그 길로 종종 티벳 사람들과 승려들이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철조망은 방목을 위한 목적인 것 같다. 그 안쪽으로는 푸른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 오르는 길에서는 불과 얼마전 어떤 의식이 치뤄졌는데 불씨가 남아있는 독특한 형태들이 남아있었다. 이곳에서 무엇을 했던 걸까 궁금해져온다.



라마승들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 환상이 깨질 수도 있다. 어린 승려부터 나이 든 승려까지 그저 보통 사람일 뿐이고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이다. 단지 직업이 승려일 뿐이다. 농땡이 치고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축구하고 지나가는 여자들을 구경하는 어린 승려들을 볼 수 있다. 샤허 뒷산으로 오르는 길 수업을 땡땡이치고 산자락 꽃밭에 누워 낮잠을 자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어린 승려들을 볼 수 있었다.



산의 뒷쪽으로 돌아올라가는 모습은 이렇다. 자세히보면 뒤로 넘어가는 길도 있다. 저 너머에는 티벳마을들이 있다. 숙소를 바꿔서 며칠 더 머물며 저 길을 따라 여행을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중국은 넓고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많은데 한달이라는 비자기간은 너무 짧았다.




샤허 뒷산에 올라 라브랑스 사원을 내려다보면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왼쪽의 높은 건물들이 샤허 시가지다. 그곳에 호텔들과 레스토랑, 버스터미널이 있다. 가운데 넓게 네모난 모양으로 가득차 있는 건물들이 라브랑스에 살고 있는 승려들의 집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들이 사원 건물들이다.



뒷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샤허의 풍경이 장관인 것은 승려들의 숙소 때문이다. 가운데 네모 모양으로 뚫린 모래빛 집들이 가득한 독특한 모양에 연시 셔터를 누르게 된다. 라브랑스에 머물로 있는 승려는 1800여명이나 된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때 라브랑스에 머물던 승려는 400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화대혁명과 티벳독립운동등으로 중국의 박해로 많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다시 샤허에서 티벳 독립운동의 기운이 불어닥친다면 외국인의 접근이 금지되고 늘어나던 승려들도 줄어들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 같다. 침묵만 해서는 티벳은 독립할 수 없다. 근데 작은 저항들로 그들의 힘을 더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해버린다. 



승려들의 집을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독특한 외관과는 달리 사는 모습은 우리네 일상적인 모습과 다르지 않다. 널어놓았던 빨래를 걷어가는 승려를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라브랑스 사원으로 가서 정해진 일과를 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잠을 가는 모습은 어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산에는 바람에 흔들리던 새파란 들꽃들만큼이나 작은 종이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종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종교적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종이를 뿌리면서 기도를 하는지 정말 산자락에는 온 천지에 뿌려져 있다. 샤허 뿐 아니라 랑무스 산자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샤허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뒷산에 올라보기를 권한다. 샤허에 가면 라브랑스를 구경하고 상커초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뒷산에 오르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기에 우선 샤허 뒷산에 오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