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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송판에서 청두 가는 길


송판에서 청두까지는 무려 8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야간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면 시간과 숙박비를 아낄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송판 버스터미널에서는 6am, 6:30am, 7am에 청두로 향하는 버스가 있다. 깜깜한 새벽 숙소에서 나와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만 있고 카운터가 닫혀있다. 다행한 것인지 버스도 갈 생각을 안한다. 직원은 6시 20분이나 되어서 나타났고 6시 버스는 6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한다. 가격도 꽤 비싸다 124위엔이다.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도 주지 않는다. 시작부터 왠지 별로인 여행길이다. 졸졸 흐르던 계곡 물이 어느덧 넓은 강이 되어서 흐르기 시작한다. 아직은 물이 굉장히 맑다. 황하처럼 노랗지 않다. 



야간 이동도 아니고 한번에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걸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론리 플래닛에는 송판과 청두 사이에 어떤 도시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갈만한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근데 몇 시간 달리고 다니 창 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관광지... 심지어 난 저 곳을 티비에서 본 적도 있다. 강족들의 민속촌!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티비를 보면서 저기도 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그 곳이 창 밖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무현의 강족 민속촌(http://www.chinaqiangxiang.com/) 같은 곳인 것 같다. 중국은 너무나 커서 론리에 나와 있는 곳도 다 가기 힘든데 론리에 나와 있지 않은 곳도 너무나 많다. 내가 부지런한 여행자였다면 출발 전에 미리 이곳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가 들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언젠가 구채구에 갈 날이 온다면 이곳을 들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곳은 다시 올 일이 없을 것이다. 



한참을 달려 온 버스는 12시가 되기 전 일찌감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 거대한 산들로 둘러쌓인 풍경은 그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근데 이 버스가 한시간이 지나도 갈 생각을 안한다. 거의 2시간이 지나서야 출발한다. 물어볼래도 말이 통해야 물어보지. 근데 다른 버스들도 우리처럼 한참을 서 있는다. 이 식당에서 돈 많이 받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식당에서 나와 얼마지나지 않아 톨게이트를 지났다. 그리고 왜 버스가 식당에서 출발을 안 했는지 알았다. 고속도로는 꽉 막혀있었다. 아니 막혀있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서 있었다'. 고속도로 반대편 차선에서도 단 한대의 차가 지나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 저~ 앞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소식은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퍼져나갔는지 많은 장사치들이 몰려와 있었다. 혹 이 정체는 그들 마을에서 만든 것이 아닐까 싶게 장사 하는 사람이 많았다.



승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모두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정체의 원인을 바라보며 기다릴 뿐이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이었다. 고속도로에 멈춰서 차들과 그 차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다양한 생김새와 표정, 그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 산 속의 고속도로에 느닷없이 나타난 많은 장사치들.



해바라기 씨 하나 사면 청두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ㅎ





도로 위에 갇혀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곧 돈이었다. 어느새 바구니 가득 넣어왔던 국수를 모두 팔아버린 할머니는 뒤돌아 오늘 번 돈을 세고 있었다. 



8시간을 예상했던 버스 여행은 어느새 10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길이 막힌 원인은 사고가 아니었다. 앞에 공사를 하는 지 길을 막아두었다. 뭔가 말이 되지 않는다. 공사를 위해 길을 막아두면 뭔가 다른 장치를 해 두었을텐데 그게 없었던 것이다. 역시 장사를 위해 근처 마을 사람들이... ?? 하여간 막힌 길을 대신해서 반대차선과 차이에 있는 고속도로의 커다란 콘크리트를 치워서 반대 차선으로 달렸다. 반대쪽 차선의 차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청두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외버스 터미널 옆에는 시내버스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게다가 버스터미널에는 메트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