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무스는 3300미터 길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길 끝에 자리하고 있어서 랑무스를 나갈려면 들어왔던 길로 다시 나가야 한다. 한 달의 중국여행에 다녀온 여러 도시가 있지만 다시 갈 수 있다면 랑무스를 가고 싶다. 놓친 것이 많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고작 이틀을 머물다니... 그것도 하루는 비가 왔다. 조금씩, 그리고 엄청나게 많이. 사방으로 오르기 어렵지 않은, 초원으로 덮힌 산들이 있어 쉽게 올라 사원과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곳의 승려들은 샤허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어쩌면 샤허에서 본 것처럼 많은 동자승들이 보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마을 전체가 조금 더 차분한 분위기라고 할까?



랑무스에 따뜻한 방 하나 잡고 한달만 머물다가 왔으면 좋겠다. 그곳에 머물면 뭔가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그림과 사진이 만들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그런 욕심을 가지고 머문다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겠지만.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어울리는 곳이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곳. 랑무스 산자락에서 천장터도 여럿 있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천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환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건 죽음이 가지는 강렬함에 대한 호기심과 맞닿아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인도 바라나시 골목을 지나가는 죽음들과 갠지스강가에서 화장되어 강 아래로 가라앉는 죽음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쓰촨 랑무스 사원은 간쑤 랑무스와는 달리 은빛 지붕을 가지고 있다. 케르티 곰파(kerti gompa)라고도 한다. 가이드북에는 30위엔의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받는 사람이 없었다. 간쑤 랑무스와 달리 입장권을 받는 부스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간쑤 랑무스와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지고 난 직후다. 1413년에 지어져서 700명의 승려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쓰촨 랑무스 골목길을 걷다 열린 대문 틈에 눈에 띄는 뭔가가 보였다. 다 되돌아가 자세히 살펴보니 사슴이었다. 사원 외의 너와집과 가은 지붕을 가지고 있는 집들은 모두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이므로 이곳도 한 노승의 집이었다. 케이지 안에 갖혀 있는 것도 아니고 야크나 소 마냥 사슴도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이다.



사원의 정문을 지키는 고양이

'아, 눈이 뻑뻑해. 졸려 죽겠네.'

꾸벅 꾸벅

'안돼! 세수라도 해야지'

'날카로운 눈으로 이곳을 지켜야해'



언덕 앉아 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돌탑 앞으로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인 엎드리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뭔가 성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곳은 약수터였다. 움푹 패여서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곳에 맑은 물이 나오고 있었고 순례자들은 하루 종일 사원을 돌기에 마른 목을 이곳에서 축이는 것이었다.




가장 큰 건물이어서 본당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건물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그 앞에서 많은 신발들이 놓여져 있었다. 승려들의 신발보다는 일반 순례자들의 것으로 보였다. 지금 안에서는 법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지만 난 용기가 없다. 이곳에서 나는 호기심 많은 외국인이기보다는 무례한 중국인으로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 여행이 중국인으로 보여서 생기는 이점도 있지만 외국인이어서 받을 수 있는 관용도 사라진다는 단점도 있다. 



랑무스는 티베트 사람들이 절대적이지만 작은 회족 마을도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작은 모스크도 하나 있다. 그들은 모자와 희잡을 쓰고 다니기에 어디서나 눈에 잘 띈다.




쓰촨 랑무스 앞 산에 오르니 간쑤 랑무스가 한 눈에 보인다. 간쑤 랑무스가 쓰촨의 사원보다 더 깔끔하고 단단해보인다. 사원 수입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처음부터 돈 많은 사람이 지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건물들도 더 깨끗하다.



간쑤와 대비되는 은빛 지붕을 가진 쓰촨 랑무스.


티베트 사람들은 언덕위에서 불경이 적힌 종이 룽다를 뿌리며 기도를 한다. 랑무스의 낮은 언덕들도 이 룽다들로 완전히 뒤덮힌 곳들이 있다. 지난밤 비가 내렸기 때문에 초원에 엉겨붙어있어 마치 쓰레기장이 되버린 것 같았다. 




랑무스는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서양 배낭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어서 골목골목에 괜찮은 레스토랑들이 자리잡고 있다. 랑무스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은 이유 중 하나가 이 레스토랑들 때문이기도 하다.


론리 플래닛에는 Talo 레스토랑이라고 쓰여있지만 이 이름을 가지고는 대로변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음에도 이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영어 간판이 없기 때문이다. 达老餐厅(달라오 칸팅)을 찾아야 한다. 오전 7시 30분 ~ 오후 9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기 좋다. 2층에 자리하고 있고 내부는 티베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창가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밥을 먹을 수 있다. 와이파이도 된다.

야크버거 20위엔, 프라이드 애그 4위엔, 햄 오믈렛 20위엔, 애플/바나나/초콜렛 팬케잌 18위엔, 스촨 김치 8위엔, 우유 10위엔, 애그 스프와 토마토 18위엔, 비프 스프 23위엔, 밥 1위엔, 완두콩밥 15위엔, 계란밥 12위엔, 야채밥 12위엔.



블랙 텐트 카페. 랑무스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카페 중 하나다. 간판도 영어로 되어있고 간판에 론리플래닛 추천이라고 적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내부는 티벳 스타일인데 좀 더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스탭이 랑무스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두 명의 스탭은 손님이 부르지 않으면 노트북을 끼고 열심히 뭔가를 한다. 게임은 아니다. 뭔가 굉장히 있어보인다. 단지 이 카페는 분위기만큼이나 가격이 비싸다. 차도 비싸고 음식도 비싸다. 

매운 야크고기 50위엔, 버섯와 커민씨 45위엔, 죽순과 야크 고기 볶음 25위엔, 감자와 야크 고기 볶음 36위엔, 매운 닭고기와 땅콩, 당근 30위엔.



사원과 사원 옆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랑무스 초입으로 가면 양쪽으로 엄청난 건물들이 지어지고 그와 함께 길과 사회기반시설들도 한꺼번에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랑무스에 예전부터 있는 안쪽 길들도 다시 깔고 있어서 사실 랑무스는 내가 방문했을 때 번잡하기 그지 없었다. 랑무스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새로 지어진 건물들에는 티베트 사람이 아닌 한족들이 밀려들어오겠지?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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