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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판다들의 천국, 청두 판다 브리딩 센터

 

 청두여행을 하기 전 판다를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태국 치앙마이의 동물원에서였다. 동물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판다를 보기 위해서는 또 한번 추가요금을 내고 들어가야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 유리창 안으로 판다가 귀여운 얼굴로 딱딱하고 날카로운 대나무를 과자먹듯 씹어먹는 모습에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다를 볼 수 있는 청두에서 내가 평생 보게 될 판다를 다 본 것 같다. 수십마리의 판다를 보게 된 것이다. 판다는 세계적인 멸종위기 동물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녀석은 자이언트 판다로 1미터에서 1미터 50센티의 크기와 100킬로그램 안팎을 오가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2000미터에서 4000미터 사이의 대나무 지대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워낙 번식을 안해서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건 그들의 태생적 문제이기도 한데 암컷이 임신이 가능한 기간이 1년에 이삼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나마도 게으른 성격의 판다에게는 어려운 일이어서 청두에 있는 판다브리딩 센터에서 판다를 번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동물원으로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가끔 보내지고 있는 판다는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데 꿀, 새알, 곤충 등도 먹는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자연상태의 판다는 종종 두더지나 뱀을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판다가 빠르게 움직여 이것들을 잡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데 날카로운 이빨로 대나무를 먹을 때면 섬뜩하기도 하므로 가능할 것도 같다.


 

 판다공원을 돌아다니는 처음 한시간동안에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판다를 유리창 없이 비교적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녀석들이 하나같이 자고 있는 것이었다. 각 판다에게는 이름과 함께 성격이 쓰여져 있다. 아래 자고 있는 있는 세 녀석은... 

2011년생 암컷 허치 - 활동적이고 스포츠를 좋아함.

2011년생 암컷 허메이 - 허치와 같은 날 태어난 자매.

2011년생 암컷 슈앙신 - 3일 차이남.

 

활동적이라... 판다 브리딩 센터는 아침에 가면 그나마 조금 더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공원의 판다 80%는 잔다.

 


 

거대한 덩치에 축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도 귀엽기 그지 없는데 하나같이 자고 있으니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 자고 있는 것만으로 빵터지는 모습을 보았다. 몇몇 우리는 관람객과 판다의 보금자리 사이에 넓고 깊은 수로가 있기도 하다. 동물원에서 보았던 사자나 호랑이의 우리를 생각하면 된다. 근데 그 수로에 누워있는 판다가 보이는 것이다. 어떻게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굴러 떨어진 걸까? 죽은 건가? 그럴리 없다. 지금까지 계속 자고 있는 판다를 보면서 왔더니 이 녀석도 분명 죽은 듯 자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다른 동물들 같았으면 수로에서 나오려고 바둥거리거나 얼른 나왔을텐데... 이 녀석 분명 수로로 떨어진 후 '아... 귀찮아' 하고 그 자리에 누워 버렸을 것만 같다.

 

 

http://www.panda.org.cn

입장료 : 어른 58위엔, 학생 28위엔

운영시간 : 8am ~ 18pm

찾아가는 법 : 청두시내에서 60번, 69번, 87번, 198번, 867번 타고 내려서 5분 정도 걸어야한다.

 

굉장히 크고 다양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계절마다 활성화 되어있는 곳이 달라서 미리 알아가면 편리하다.
1-2월 : raising cubs, panda training
3-5월 : courtship and mating, cubs grow to adolescence, panda training
6-7월 : cubs grow to adolescence, summercamp, bird watching
8-10월 : cubs are born, maternal care, hand-rearing, panda training
11-12월 : maternal care, hand-rearing, panda training

 

 

줄줄이 자고 있는 수 많은 판다들을 지나서 드디어 살아(?) 움직이는 판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은 판다 한마리가 힘겹게 나무를 오르고 있었다. 그 몸이 어찌나 둔하고 어설퍼 보였는지 나무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보는 사람을 불안불안하게 하는 공중그네 버금가는 박진감이 있었다.

새끼와 한 보금자리에서 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기 판다가 재롱을 피우고 어미 판다는 귀찮은 듯 바라만 보고 있다가 녀석이 불안하게 돌아다니자 결국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새끼는 신나서 더 열심히 장난을 친다. 매우 게을러 보였던 판다도 새끼 때는 호기심이 그 게으름을 누르고, 어미가 되면 새끼에 대한 마음이 그것을 누르나 보다.

2004년생 시유안과 그 딸 2012년생 유안런.


 

아... 뒤돌아 앉아있는 모습도 어찌 이리 귀여운지. 동그란 굽은 뒷모습에 옆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근데 어깨가 어디지?! 막상 앞 모습을 보면... 자고 있겠지? 그래 이 녀석은 앉아서 자고 있을 것이 뻔하다.



건물 앞에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줄을 서는 곳이 거의 없기에 웬일인가 하고 줄을 서 보니 청두 판다 브리딩 센터의 가장 중요한 일인 새끼를 낳게 하고 태어난 새끼를 보호하는 곳이었다. 사진 속 새끼는 한달 전에 태어난 시시. 단순히 동물원처럼 판다들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판다 보호와 번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UNEP(유엔 환경계획)에서 '글로벌 500'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이겠지.




 

새끼들 중에는 자이언트 판다가 아닌 래서판다도 한자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너구리 같은 모습에 너구리 판다라고도 불리는데 귀엽기는 매한가지다.


 

 

래서판다도 청두 판다 브리딩 센터의 중요한 한 축을 당담하고 있다. 게다가 이 녀석들은 꽤 활발한 편이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개 밥그릇 같은 곳에 먹이를 놓아두면 너구리 같이, 강아지 같이 다가와서 먹이를 먹고 간다. 래서 판다도 자이언트 판다와 먹이 겹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도 비슷하다.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탐스러운 꼬리를 다듬고 있는 래서판다가 귀여운데 사실 녀석에 앉아있는 곳은 너무나 높은 나무가지 위여서 보는 혹시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보는 사람이 불안해진다. 자인언트 판다가 워낙 움직임이 없어서 래서판다는 꽤 활동적으로 보이는데 녀석은 사실 야행성으로 밤과 새벽에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물 마시러 왔다가 포옹만 하고 가지요...


 


 

판다 브리딩센터 입구에서 나눠주는 지도가 포함된 팜플렛에는 1시간 30분 추천코스와 3시간 추천코스가 있다. 그만큼 판다공원은 크다. 왠만하면 판다뿐 아니라 센터 자체가 다양한 나무들이 심어진 예쁜 공원이므로 3시간 정도 넉넉히 시간을 잡고 가는 것이 좋다. 청두 시내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기에 오가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반나절은 이곳에서 보낼 생각을 해야한다. 


 

판다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간단한 체험이 가능한 건물들도 한쪽에 마련되어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판다의 열사병예방조치와 항온조치를 취하게 된다. 또한 팬더는 추위는 잘 견디나 더위는 견디기 힘들어해서 여름에는 실내로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무더운 여름에는 야외에 있는 팬더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대나무를 맛있게 먹고 있는 판다를 보고 나서 이 대나무 길을 오고가다보면, 먹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곳에서는 판다가 사랑하는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와 400종류에 이르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흰 백조, 검은 백조, 공작등을 볼 수 있는 것도 처음에는 전문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했지만 그 모습이 예쁘고  걷기 좋아서 마음에 들게 되었다.

 

 

판다 브리딩 센터 초입에 커다란 호수에서는 다양하고 예쁜 새들이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쁜 흰 꽃 길을 걷다 갑자기 총총 거리며 뛰어온 공작을 만나는 것은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