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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울주 여행] 우리를 닮은 150개의 이야기가 있는 오영수 문학관

 

 

 오영수 문학관은 울산에 처음으로 생긴 문학관으로 올 1월 문을 열었다. 오영수 문학관이 언양 시내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있었기에 방문하게 되었기에 사실 소설가 오영수 선생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도리어 울주 여행을 다녀 온 후에 도서관에서 오영수 선생 소설집을 빌려보게 되었다. 최근에 자극적인 장르소설들만 많이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읽은 오영수 선생의 소설들은 중고등학교 때 봤던 소설들 같은 느낌이었다. 따뜻하면서도 푸근해서 느낌이 좋았다. 우리나라에 평생을 단편소설을 써온 이런 작가가 있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정말 이 문학관이 없었다면 평생을 몰랐을 것 같다. 오영수 문학관이 세워진 곳은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 기슭인데 이곳이 바로 선생의 고향이다. 그래서 인근에 선생의 묘와 생가터도 남아있다.

 

 

 

 

 문학관에는 선생의 육필원고와 미술작품 등 188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사랑방이 있다. 난계 오영수 선생은 한국적 정서와 원형적 심상을 단편소설의 미학에 충실하게 담아낸 대표적인 서정소설 작가다. 김동리의 추천으로 1949년 9월 [신천지]에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작품으로 [화산댁이] [갯마을] [요람기] 등이 있으며 평생을 단편소설 창작에 매진한 작가다. 주로 농촌, 어촌 등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낸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그의 인터뷰들을 찾아보니 모파상과 체홉의 단편들을 읽었고 좋아했다고 한다. 

 

 

 

 

 문학관은 크지 않은 규모지만 알차게 이루어져 있다.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서 전시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문학관 뿐 아니라 그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서 오영수 문학상을 제정해서 단편소설 작가들을 수상하고 있다. 얼마전 22회 수상자로 표명희 작가가 선정되었다. 문학계가 워낙 돈을 벌 수 있는 직업군들이 아니긴 하지만 특히 단편소설이 더 그런 것 같다. 장편소설은 소설 자체만으로도 꽤 팔리고 영화 등의 2차 판권이 팔리기도 하는데 단편소설은 계간지에 실지는 것 외에는 그것들을 모아 단편집을 내는 것이 전부다. 그것마저도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상 제정은 여러모로보나 문학계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문학관이라고 하면 문학에 관심이 큰 사람, 해당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재미가 없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오영수 문학관도 그런 것을 염두해 두었는지 독특하게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문학관에서 무엇을 체험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소설을 낭송하고 그것을 녹음 할 수 있다. 읽어주는 단편 소설을 들을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있다. 천천히 문학관을 돌아보다보면 오영수 선생이 만들어놓은 수 많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150여개의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 작은 공간임에도 큰 도서관에 와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남이와 엿장수] (고무신으로 개제)
단조롭고 무료한 산기슭 마을에서 아이들의 즐거움은 날마다 찾아오는 젊은 엿장수다. 가난한 월급쟁이인 철이네 아이들은 식모 남이가 애지 중지하는 옥색 고무신을 주고 엿을 바꿔 먹는다. 남이가 엿장수에게 그 옥색 고무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던 중 남이의 저고리 앞섶을 기어오르던 벌을 엿장수가 손으로 덮어 벌에 쏘이면서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그날 이후 엿장수가 마을에 오면 쉬이 갈 줄을 모르고 남이 근처를 맴돌지만, 어느 잘 18세 남이의 혼례를 위해 남이 아버지가 마을에 오고, 분홍치마에 반회장저고리를 입은 채 남이는 아버지를 따라 마을을 떠난다. 엿장수가 주었을 새 고무신을 신고 떠나는 남이를 울음고개 위에서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엿장수의 마지막 모습은 이 작품이 가부장적이고 인습적인 결혼 형태 속에 낭만적 연애의 가능성을 박탈당한 현실을 그린 작품임을 암시함으로써 서정적 비애미를 강조한다.

 

 갯마을 소개
소설 갯마을 작품 내용 중 아낙네들과 함께 바다를 향하는 모습과 해순이와 해순이 남편, 시동생이 함께 바다를 향해 바라보는 모습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것이다.

 

▼ (좌) 남이와 엿장수  (우) 갯마을

 

 

 오영수 선생은 그림도 잘 그려서 그가 그린 많은 그림들이 이곳에 남아있다. 선생이 쓴 소설 [고무신]과 [머루]는 낭만적 사랑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의 공고함을 통해 비애적 연정을 포착한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이 비극적 결말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제도적이고 역사적인 비극 속에서도 인간의 본원적 심성을 지켜내야 함을 강조한다. 즉 규율적 제도와 현실적 이데올로기를 넘어 낭만적 사랑을 욕망하는 존재가 바로 원초적 인간의 모습임을 작가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시대적인, 정치적인 글들이 많았던 상황에서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예술가로서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길임에도 왠지 현실을 외면하는 비겁해 보이는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소신껏 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 아닐까 싶다.

 

 

 

 

문학관 앞에 잔디마당이 있다. 마침 이곳에서 울산 인문학 콘서트가 열리는 시기였다.

 

 

 

 

 

 

여행 정보

 

http://oys.ulju.ulsan.kr/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헌양길 280-12
052-264-8511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추석당일(월요일이 공휴일인때는 다음 날 휴관)

 

찾아가는 길

07, 328번 시내버스 : 언양정류장→삼성아파트 정류장 하차(도보 8분)
1713번 좌석버스 : 언양정류장→성당앞 정류장 하차(도보 9분)

 

자가운전
언양교차로→오영수문학관 : 언양교차로→반구대로(0.3㎞)→읍성로(1.1㎞)→구교동길(0.3㎞)→헌양길(0.7㎞)→오영수문학관
서울산IC교차로→오영수문학관 : 서울산IC교차로→반구대로(0.2㎞)→남천로(0.7㎞)→헌양길(1.0㎞)→오영수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