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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인디아 여행기

[티루치라팔리] 마두라이와 폰디체리 사이, 트리치 여행



 한 번에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싶지 않아서 정보도 없으면서(물론 대도시와 관광도시들에 대한 정보도 없지만.) 마두라이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트리치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2시간을 살짝 넘어서 폰디체리 가는 길에 있는 티루치라팔리(tiruchirapalli)에 도착했다. 하룻밤 자고 바로 폰디체리로 갈 생각이었기에 숙소를 찾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버스터미널 앞에 숙소를 잡았다. 터미널 앞에 번듯한 호텔들이 여럿있다. 겉만 번듯하긴 하지만. 티루치라팔리라는 풀네임보다는 티루치나 트리치로 불린다.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었듯이 여행자에게는 락포트와 스리 랑가나타스와비 사원이 유명하다.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A1 hotels에 들어가서 앉았다. 바깥쪽 자리는 선풍기들이 있고 여전히 덥다. 직원이 다가오더니 안쪽으로 들어가서 앉을래?라고 물어서 그러지 뭐 라고 대답하고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천국이다.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고 있었다. 밖에 왜 사람이 없나 했더니 모두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있다. 치킨 비리야니를 시키니 작은 양재그릇에 조금 담아와서 '에게...'했는데 접시에 옮기니 양이 상당히 많다. 맛있다. 배부르다.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인도도 식당을 레스토랑과 호텔이라는 두가지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숙소를 찾을 때 멀리서 hotel이라는 글자를 보고 왔다가 종종 속고는 했다. 뭐 이러냐고 생각하다고 혹시... 하고 사전을 찾아보니


Hotel

1. 호텔   2. 술집, 퍼브   3. 식당


아... 그동안 뭔가 굉장히 잘못 살아온 것 같은 기분. 내가 착각하고 있던 수 많은 것들이 더 많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지친 내게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는 청년들. 포즈까지 취하는데 안 찍어줄 수가 없구만. 안된다고 하면 한대 칠 분위기. ㅠ 꼬마들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나 찍어줘~!'라고 하고는 쑥스러워서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는 두 아이.




 공사장에서는 여전히 쟁반에 벽돌과 시멘트를 옮긴다. 자신의 몸보다 큰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는 소년. 

쌀가마니에 작은 구멍으로 염소가 혀를 이용해서 벼를 계속 먹고 있었다. 염소가 버스 앞에 행운을 기원하는(?) 꽃과 풀을 뜯어먹기도하고 소가 벽에 붙은 광고포스터를 먹기로 한다. 광고포스터를 세마리의 소가 나란히 서서 뜯어먹던 걸 못 찍은 게 한이다. 버스타고 가면서 보고는 빵 터졌는데 ㅋ 우리도 저 소나 염소를 도시에 방목하면 길거리에 나 붙은 종이와 굴러다니는 광고지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텐데 ㅎ  음.. 단지 이 녀석들 똥을 치울 사람을 고용해야한다는....





 늦은 오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생쑈를 했다. 인도 TV에서 무선인터넷 USB 광고를 많이 하길래 이걸 사면 나도 인도 곳곳에서 편하게 와이파이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서 구입을 하기 위해 나섰다. 숙소에서 꽤 먼 거리에서 찾았는데 유심칩이 있어야 한단다. 인도사람이 아니면 힘들지만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알아보겠다고 여권과 비자 사본을 가져오란다. 숙소까지 열심히 걸어와서 다시 갔다. 버스나 오토릭샤를 타고 싶어도 지나가다가 본 곳이여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게 그 사람과 통신회사에 가니 안된다고... 인도친구가 만들어서 내가 쓰는 게 간단할 거라고.. 인도친구라... 길거리 지나가면 '헬로우 마이프렌드'라고 부르는 수많은 나의 인도친구들에게 부탁하면 들어줄라나?! 내게 친절을 베풀어준 직원한테는 고마운데 문제는 인도의 시스템. 그렇게 몇시간을 뙤약볕 아래서 걸어다녔더니 정말 지치고 말았다. USB는 2500루피. 한달 사용료는 500에서 1500까지 다양하다. 30일을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애초에 되지를 않으니 괜히 진만 다 뺐다. 게다가 돌아가는 길에 버스 타고 가려고 버스터미널을 물어서 탔는데 도시 반대편에 있는 다른 버스터미널로 갔다. 내 호텔은 센트럴 버스터미널인데... 그래서 40여분에 걸쳐 다시 내가 있는 호텔 앞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많이 걸어다녔더니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꽤나 피곤해져버려서 내 몸에 뭔가를 줘야했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라씨 한잔. 아침에 거리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짜이를 한잔하는데 덥고 지칠 때는 자연스럽게 라씨를 찾게된다. 나름 가격도 꽤하는 고급(?) 음료다. 그리고 그지 같이 비싸며 설탕덩어리(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달아서 퉤퉤하게 만든 요 음식들. 다신 사먹지 않으리. 근데 이거 어딜가나 진짜 많이 팔고 있는데... 누가 사먹는 거냐?! 나처럼 뭔지 모르고 시도해보는 여행객들? 겉으로 볼 때는 떡하고 비슷할 줄  알았는데 인도 음식 중 유일하게 먹을 수 없는 게 이거였다. 오른쪽 위 사진은 캔에 들어있는 달콤한 우유.





 Hotel Meega.

정확한 숙박비는 생각이 안나는데 1만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름 엘리베이터도 있다. 손으로 드르륵 닫아야하는 거여서 생소하더라. 객실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긴 했는데... 빛바랜 색의 방이어서 그런지 좀... 그래도 층수도 높고 방도 넓어서 만족. 우선 위치가 정말 좋다. 센트럴 버스터미널 바로 앞이다. 주변에 많은 호텔들이 있는데 가성비가 가장 좋았던 곳이다.






 숙소 창밖 풍경. 바로 옆에 건물을 짓고 있어서 버스터미널 방향으로만 공간이 있다. 물론 앞에 짓고 있던 건물은 지금은 완공되었다. 저거도 호텔이더만. 앞에 있는 호텔 방 안이 훤히 내려다 보이겠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