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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전주 여행] 한옥마을 둘레길, 걸을수록 빠져드는 전주의 매력



 전주는 명실상부 여행의 도시가 되었다. 주말이나 평일 가릴 것 없이 전주 한옥마을은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언제나 멋스러운 한옥마을이지만 사람이 많은 시간대는 잠시 그 중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길을 걷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찾아보니 전주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참 많았다. 천년전주마실길,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덕진생태탐방길, 아름다운 순례길, 천년고도 옛길, 한옥마을 둘레길 등 지도를 따라 그어진 길들을 보고 있자니 당장 모든 길을 하나하나 걸어보고 싶어진다. 특히 한옥마을 둘레길은 한옥마을에서 출발해서 주변을 돌아 다시 한옥마을로 돌아오는 2시간 남짓의 부담없는 코스여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그건 전주의 '길'을 따라 걷는 여행이다. 


 한옥마을 둘레길 코스

공예품전시관 - 당산나무 - 양사재 - 향교 - 한벽당 - 전주천수변생태공원 - 천주교순교자묘입구 - 88올림픽기념숲 - 서방바위 - 각시바위 - 자연생태박물관- 한벽로 - 이목대 - 오목대 - 공예품전시관




 길의 시작은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시작된다. 공예품전시관은 섬유관, 전통상품관, 기획관, 체험관, 공예관, 명품관, 한지관, 바이전주관, 문화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름 그대로 전주의 아름다운 공예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의할 것은 정말 예쁜 공예품들이 많아서 지름신이 강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공예품전시관을 오른쪽에 끼고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한옥마을 둘레길을 알리는 안내문과 지도를 만날 수 있다. 


http://www.omokdae.com/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15

063-285-0002





 한번 발을 들어놓은 한옥마을 둘레길은 길을 잃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이정표가 잘 되어있다. 한옥마을 둘레길의 또다른 이름은 '숨길'이다. 지난 2009년 조성되었는데 큰 기대없이 걷었던 길에서 정말 큰 즐거움들을 얻을 수 있었다.





'오목대 탐방로'로 오르면 이곳에서는 곡선의 용마루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데 그건 둘레길의 돌아오는 길에 들르게 되므로 옆으로 지나갔다. 탐방로를 내려가면 쌍샘길이다. 한옥마을 내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거리의 풍경의 한산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곳에도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여러 곳 있어서 한옥마을에서 조용한 밤을 보내고자 하는 여행자들이라면 이쪽에 숙소를 정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예전 마을의 공동우물이었던 '쌍시암'이 있던 곳이라하여, '쌍샘길'로 불린다. 5~6년전까지만 해도 두 개의 우물 중 하나는 남아 있었지만 도로가 생기면서 그마저도 없어졌다. 교동교회 바로 옆 도로의 움푹 꺼진 자국이 우물이 있던 자리다. 이 길에 있는 '양사재'는 전주 향교의 부속건물이었다. 서당공부를 마친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생원, 진사 공부를 하던 곳으로 1950년대에는 가람 이병기 선생이 기거하기도 했었던 유서깊은 곳이다. 양사재는 현재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다.





 작은 동산에 몇 발자국 오르면 당산나무를 만나게 된다. 오목대탐방로에 우뚝선 500년된 느티나무는 전주한옥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온 당산나무이다. 오래 전부터 동네 주민들의 무병과 평온무사를 기원하는 당산제가 매년 음력 1월 15일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올 초에 기원했던 소원들이 아직도 힘을 내서 새끼줄에 메달려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올 초에 이곳에서 소원을 빈 사람들의 바람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한옥마을 뒷편의 오목대가 있는 작은 동산의 반대편의 가장 큰 볼거리는 전주향교다. 한옥마을 둘레길은 바로 전주향교로 이어진다. 





 향교는 지금의 학교이기에 왠만한 도시들에는 하나씩 있을 정도로 특별한 곳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껏 전주향교(전라북도 유형문화제 제7호)만큼 인상적인 곳은 없었다. 넓은 평지에 꽤나 큰 규모였고 활짝 열린 문에는 위패가 줄지어 있고 대성전에는 공자의 초상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보니 건물마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 같다. 마치 중국 어느 도시에 있는 공자 사원에 들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향교에 공자를 모신 사당을 두고, 유학을 장려했다. 대성전은 효종 4년(1653)에 다시 세우고 대한제국 융회 원년(1907)에 다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성전에는 공자의 위패를 가운데 모시고, 동서쪽으로 맹자 등 네 성인, 공자의 제자 열 사람, 주자 등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여섯 사람을 함께 모셨다. 동무, 서무에는 신라시대 설총을 비롯하여 중국과 우리나라 유학자 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향교에서는 매달 음력 초하루 보름에 사당에 향불을 피워 올리고, 매년 봄, 가을에는 석전대제를 지냈다. 관청의 후원을 받아 향교의 선비들이 주관하여 치렀던 이 제사는, 공자의 뜻을 기리는 큰 행사이다.





 전주향교에 감탄하고는 다시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면 곧 전주천을 따라서 걷게 된다. 그리고 곧 한벽당이라는 작은 정자와 마주하게 된다. 한벽당(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15호)은 승암산 기슭 절벽을 깎아 세워진 누각이다.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이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누각 아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혀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하여 '한벽당'이란 이름을 붙였다. 호남의 명승 한벽당에는 시인 묵객들이 쉴새 없이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은 여행자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유유히 흐르는 전주천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전주향교에서 한벽당으로 향하는 길, 전주천 옆에는 오모가리탕 집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오모가리는 뚝배기를 말하는 전주 사투리다. 사람수에 따라 크고 작은 오모가리에 메기, 쏘가리, 피라미, 빠가사리, 잡고기를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을 오모가리탕이라고 한다. 전주 여행 중 맛 보아야 할 수 많은 음식 들 중 하나가 오모가리탕이라고 한다. 마치 한벽당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조선 사람들처럼 전주천 옆 야외 평상에서 오모가리탕을 먹을 수 있다. 한벽집, 화순집, 남양집, 김제집 이렇게 4개의 오모가리탕 가게들이 오랜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여행자들보다는 전주 직장인들이 정장차림으로 삼삼오오 오모가리탕을 먹고 있었다. 지역 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집이라는 거!





 전주한옥마을 둘레길은 아름다운 순례길과 겹치는 부분이 꽤 된다. 아름다운 순례길의 로고가 달팽이 모양이어서 곳곳에 숨겨진 이 달팽이를 따라가도 된다. 




 전주천은 '한벽청연', '비비낙안', '남고모종', '다가사후' 등 전주 8경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오랜시간 아름다움과 삶의 터전이 되어왔다. 임실군 관촌면 슬치(230m)에서 발원해 전주시의 중심을 흐르는 전주천은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복원시킨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수달, 쉬리, 갈려니, 원앙 등의 30여 종의 지표생물과 100여종의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좁은목은 전주천을 따라 전주로 들어오는 첫 동네입니다. 드나드는 길목이 좁다는 뜻인데요. 남고산 자락과 승암산 자락이 마주 서있고 그 사이로 전주천이 흐르는 까닭에 예전부터 바람이 많아 전주 3대 바람통의 하나입니다. 수질이 좋아 좁은목 약수터가 유명합니다. 1922년에 건설된 전주교는 당시에 완산교와 더불어 전북의 유일한 콘크리트 다리로서 이 교량의 좌우에 싸전들이 밀집해 있다고 해서 "싸전다리"라고도 불렸다. 아름다운 교각으로 풍치를 자랑했던 남천교와 서천교는 안타깝게도 1936년 대홍수에 유실되었다. 현재의 남천교는 1957년에 가설되어 1980년대 초반까지 전주-남원 간의 주요 교통로로 사용되어 왔다. 정월대보름의 전주천 일대는 우리 민족의 풍속과 전래놀이 등이 행하여 졌던 장소로서 싸전다리를 경계로 위아래 동네가 패를 나눠 치열한 투석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한편 동학혁명 때에는 동학군과 관군이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던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전주천을 따라서 길이 잘 나있는데 주변에 보니 전주시 공영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누구나 대여가능하다.


운영시간

하절기(4.1-10.31) 9:00 ~ 18:00

동절기 (11.1~3.31) 10:00 ~ 17:00

점심시간 12:00 ~ 13: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명절 휴무


대여조건 : 대여신청서, 확약서 작성 후 신분증 또는 휴대폰을 맡기고 대여 가능. 만 14세 이하 이용자의 경우 보호자 동의가 추가됨.


대여시간 : 기본 1시간 원칙, 대여소 운영시간 내에서 연장 가능.


대여료 :  기본요금 1시간 1천원, 초과요금 1시간 초과시마다 500원.




 승암사는 둘레길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사찰이다. 둘레길에서 짧은 계단만 오르면 바로 만나게 된다. 승암사는 신라 헌강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근세에는 해안 만응 대종사들이 주석하면서 한벽선원 승암강원 등을 개설하여 이 지방 불교계의 학풍을 크게 진작시킨 곳이다. 소장된 묘법연화경(전라북도 유형문화재 209호)은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신 근본의 뜻을 밝히신 경전으로 1443년에 효령대군 등 많은 왕실의 종친들이 세종대왕의 수만세와 태종대왕의 극락왕생을 부처님께 빌기위해 간행하였다. 금강경오가해는 1558년에 간행된 불서로서 현존하는 판본이 매우 희귀하며 자료적 가치가 크다.






한옥마을 둘레길은 천주교 성지인 치명자산 성지 입구를 지나게 된다. 치명자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꽤 품이 드는 일인데가 둘레길은 입구만 지나가게 되어있어서 치명자산을 오를 지 말지 잠시 고민했지만 걸을수록 즐거움이 커지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걷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치명자산에 오르게 되었다. 


치명자산 성지 포스팅 : http://aboutchun.com/852




 치명자산성지에서 내려온 후 88올림픽기념숲, 서방바위, 각시바위로 돌아서 다시 한옥마을로 향한다. 그 사이 이목대를 지나게 되는데 바로 그 이목대가 자만벽화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둘레길은 벽화마을 앞으로 지나가게 되어있지만 골목골목 펼쳐진 벽화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마을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만벽화마을 포스팅 : http://aboutchun.com/851



 이목대(전라북도 기념물 제 16호)는 이성계의 4대조 할아버지인 목조 이안사의 출생지라고 전해지는 곳이다. 전주이씨들은 이안사 때까지 줄곧 이곳에서 살다가 함경도로 이사했다고 한다. 대한제국 광무 4년(1900)에 이곳이 목조가 살았던 터임을 밝힌 '목조대왕구거유지'라는 고종의 친필을 새긴 비석을 새웠다. 이 비각은 당초 오목대의 동쪽 높은 대지 위에 있었는데 도로 확장공사로 1986년에 이 곳으로 옮겨 세웠다.



▼ (좌) 오목대  (우) 이목대


 이목대와 오목대가 있는 교동의 옛 이름은 자만동이었다. 이목대는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대왕 이안사가 태어나 살았던 곳으로 이를 기념한 고종의 친필 비(목조대왕구거유지)가 서 있다. 오목대는 목조대왕이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노닐던 곳으로 목조가 자라면서 이 곳 자만동에서 호랑이와 싸웠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또한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1380)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는 길에  이 곳에 들러 종친들과 전승축하잔치를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이를 기념한 고종의 친필비가 서 있다.





 오목대와 공예품전시관을 오가는 계단이 한옥마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뷰포인트다. 아마 전주한옥마을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저곳에서 사진을 찍어서 아래와 같은 사진 한장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순식간에 한옥마을 둘레길을 둘러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치명자산 성지, 자만벽화마을까지 둘러보고 왔더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단 하루 전주에 머무른다면 한옥마을 둘레길 일부를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박 2일 이상 전주 여행을 한다면 한옥마을 둘레길을 걸어보라고 추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