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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김천 여행] 직지문화모티길, 모퉁이 돌아 걷다보면 어느새 웃고 있다



 김천에는 걷기 좋은 길이 많다. 그 대표적인 길들의 이름이 김천 모티길이다. 모티는 모퉁이를 뜻하는 경상도의 방언이다. 모티길은 현재 직지문화모티길(4.5km), 사명대사길(4.5km), 인현왕후길(9km), 수도녹색숲 모티길(15km) 이렇게 4개의 길이 있다. 김천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볍게 걸을만한 길도 함께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마침 직지문화모티길과 사명대사길은 직지사 주변에 있고 인현왕후길과 수도녹색숲 모티길은 청암사 주변에 있어서 직지사와 청암사를 둘러볼 때 걷기에 좋을 것 같았다. 4개의 길을 모두 걸었으면 좋았겠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직지문화모티길과 사명대사길의 일부를 걸었다.


▼직지문화모티길과 사명대사길 지도(인터넷에 워낙 작은 지도들만 돌아다녀서 큰 사진 첨부함)


 직지문화모티길은 직지공영주차장에서 시작된다. 600미터를 걸으면 쉼터가 나타나고 시내를 따라 난 길을 따라 걸으면 900미터를 걸으며 지천마을 합천마을을 지라게 된다. 직지저수지가 나타나면 본격적인 모티길이 시작되는셈이다. 직지저수지는 이름이 참 많다. 기날 마을 앞에 있어서 기날 저수지(기날못)이라고 부르고 네이버 지도를 비롯해 몇몇 지도에는 복전저수지로 나와있다. 하지만 김천에서 발행하는 다수의 매체에는 모두 직지저수지로 표시되어있으니 정식 명칭은 직지저수지일 것이다. 직지저수지를 끼고돌아서 걷게 되는데 그 길에 접어들기 전에 김천과하주 제조장이 있다. 




 과하주는 김천의 특산물 중 하나다. 과하주라는 이름은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술 이름이 참 멋지다. 여름이 오기 전, 봄에 만들어서 마셨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나보다. 김천 과하주는 무형문화재 경북 제11호로 지정되어있는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주다. 이 술을 만드는 송강호씨는 국가지정 식품명인 제17호다. 과하주는 약주와 소주를 섞어서 빚은 술인데 조선초부터 일제시대까지 유명했다고 한다. 향과 맛이 좋아서 왕에게 진상되는 술이기도 했다.  (구입문의 054-436-4461~2)






 직지저수지 안쪽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물고기가 꽤 잘 잡히는 곳인가보다.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지만 길이 저수지 옆 나무숲 사이로 조성되어있어서 덥지 않았다.







 저수지 길을 벗어난느 곳에는 염소가 사람을 경계하면서 끊임없이 메~ 메~ 울어대고 있었다.





 기날마을은 200년전에는 다른 자리에 있었다. 2백년전 새로 부임한 김천 군수(당시 지명은 김산)가 관아가 쥐의 형상인데 반대편에 있던 기날마을이 고양이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마을을 옮겨버렸다고 한다.





기날마을 입구에는 오래된 마을들이 그렇듯이 거대한 나무가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날마을을 옆에 끼고 산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벼는 노랗게 익어가면서 무거운 쌀알 때문에 수그러지고 있었고 도토리와 밤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밤은 가을을 일찍 맞이했던 건지 이미 누군가 밤알들을 모아갔다. 






산으로 오르는 길 주위로 비밀하우스가 많이 보인다. 대개는 포도를 키우고 있는 곳들이다. 





 김천은 포도와 자두가 유명한 곳이어서 포도철에는 김천 곳곳에서 포도를 볼 수 있다. 김천 포도는 전국 포도의 11%를 차지하고 있고 전국 포도 농업인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품질도 우수하다. 통통하게 올라와있는 포도를 보니 입암에 침이 고인다.





 비밀하우스가 있는 포장길을 지나면 다시 산길이 나타난다. 이 부근에는 직지문화모티길 이정표가 잘 되어있지 않아 아쉽다. 크게 길을 놓칠 일은 없지만 이 길이 맞나 싶은 불안감은 생기니까.





 역시 숲길에는 눈과 카메라가 향하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웃고 있음을 문득 느끼게 된다.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들이 반짝거린다. 요즘 수도권에 있는 걷기 좋은 길들을 가면 사람이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조성되었을 때는 좋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으니 도리어 불편해져버린 곳들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직지문화모티길은 최고다. 마치 내 길인양 스쳐지나가는 사람도 앞서갈 사람도 없이 내 발걸음 템포에 맞춰서 걸을 수 있다.





 사명대사길


 직지문화모티길과 사명대사길은 이어져 있다.  사명대사길은 원형 모양의 길이 조성되어있어서 이 길만 따라 걸으면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게 되지만 직지문화모티길은 사명대사길을 절반을 걸어야만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사명대사길은 말 그래로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사명대사는 직지사에서 승려가 되었다. 사명대사는 호국정신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승병장과 외교관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2천여명의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다. 평양성, 노원평, 우관동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고 전국의 승병을 지휘하는 도총섭까지 올랐다. 특히 네 차례에 걸쳐 적진에 들어가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때 적의 동향을 살펴 아군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금오, 팔공, 남한산성 등 주요 산성의 수축은 물론 무기 및 화약제조, 조총사용법 훈련 등 국방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외교력도 탁월했다. 종전 후인 1604년 사명대사는 조선의 사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후 8개월 동안 머물며 일본과 교섭에 나선다. 성공적으로 회담을 이끈 사명대사는 억울하게 잡혀 온 조선인 포로 3500명을 귀국시키는 성과를 서둔다. 또한 그의 탁월한 외교력으로 조선은 우월적 입장에서 국교를 회복하게 된다.





 사명대사길은 등산을 한다는 생각으로 걷게 되는 길이다. 어느새 울창한 숲 속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참 다양한 버섯이 많다. 식물들에 대해서 문외한이라는 것이 이럴 때 아쉽다. 아는 것이 많을 수록 더 즐거운 발걸음이 될텐데 말이다. 






 황악산 등산로와 사명대사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렇게 쉼터도 자리하고 있다. 같은 산에서 자라는 도토리들도 차이가 많이 난다. 아직 새파란 녀석이 있는가하면 짙은 갈색빛을 내보이며 주인(?)을 기다리는 녀석도 있다. 사명대사길에는 청솔무나 다람쥐가 없는 지 도토리가 참 많았다.





 직지문화모티길과 사명대사길을 걸어 직지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바로 직지사로 갈 수 있었지만 돌고 돌아 다시 직지사로 온 것이다. 길이 좋아서 10세 이상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참 좋을 길일 것 같다. 다음 김천여행에서는 인현왕후길, 수도녹색숲 모티길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인현왕후은 그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