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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대청호오백리길]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오리골에서 신선바위까지 가는 길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을 걷기 위해서 60, 61, 71번 버스를 탈 수 있는데 배차간격이 80분, 120분, 140분이었기에 KTX 시간상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했다. 요즘 같이 일교차가 많이 나는 가을에 대청호에 이른 아침에 가면 물안개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1시간 이상 버스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4구간의 시작 지점이 아닌 끝 지점 오리골로 향하는 607번 버스(배차간격 14분)를 택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4구간을 반대로 걷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나마 607번 버스를 타고와서 물안개를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대청동 주민센터에서 내리니 버스정류장 뒷편으로 노랗게 익은 논과 마을이 보였다. 여기서부터 길을 건너 오리골까지 걸으면 된다.


대청호 오백리길     http://www.dc500.org/





 배차시간에 상관없다면 오리골 버스종점까지 들어가는 버스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버스들을 이용해도 된다. 하지만 큰 길에서 오리골로 들어가는 길도 물씬 가을로 물들어 있어서 걷기에 참 좋았다.





 오리골로 향하는 길 옆으로 대청호 인공습지가 조성되어있기도 했는데 지난 2006년에서 그 다음해까지 조성된 곳으로 대청호 유입 생활오수 자연정화로 하절기 조류 발생 저감과 환경친화적 생태공원 조성으로 상수원 수질개선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갈대, 버드나무, 창포, 수련 등 심어졌는데 얼핏보면 벼 없는 논 같이 보이기도 한다.






 오리골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마을 골목길로 오르는 길로 대청호오백리길 표시가 되어있다. 5구간으로 걸어가려면 오리골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큰 길에서 오리골 표시 바위돌이 보이는 곳에서 신상교 건너로 가는 것이 좋다. 마을 골목길을 조금만 오르면 마을의 작은 뒷산을 넘어가게 되는데 차가 쌩쌩달리는 도로가 나타난다. 일반도로도 아닌지 가운데 콘크리트 중앙선도 있다. 굉장히 당황하게 되는데 그 콘크리트 사이에 일부러 부서놓은 것 같은 지나갈만한 공간이 있고 대청호오백리길 표지판도 길을 건너는 방향으로 되어있어서 길을 건넜다. 다행히 차는 많이 다니지 않아서 좌우를 잘 살피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어딘가 건너는 곳이 있는데 못 찾은 걸까?






 거대한 호수인 대청호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른 아침의 물안개는 대청호의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다. 물안개는 낮동안 햇빛을 받아 온도가 올라간 호수의 물이 새벽에 물보다 빠르게 차가워진 대기를 만나 발생하게 된다.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발생한다고 한다. 이미 해가 꽤나 올라왔을 때 대청호에 도착했지만 아직 물안개가 남아있어서 대청호 물안개를 만날 수 있었다.




 


 가을의 대청호 물안개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려져 정말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조금만 사진을 잘 찍었다면 조금만 더 일찍 도착해서 좋은 포인트를 잡았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생길 때쯤...





 물안개 너머로 도도하게 앉아 있는 새 한마리가 보였다!!!






 사진 실력을 키우고 더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사고 다시 이른 아침, 아니 새벽에 대청호 물안개를 찍으러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당분간은 집앞의 호수공원에서 연습해야겠다. ㅎ




 이제 본격적인 신선바위로 향했다. 신선바위는 신선봉 정상부에 있으므로 산을 올라야한다. 바로 그 등산로(?) 앞에 비룡마을 비점오염저감시설이 있다. 지난 2013년 조성되었는데 대청호로 유입되는 비점오염물질을 저감시켜 상수원의 수질보전 및 친환경 녹색공간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꽃창포, 붓꽃, 노랑꽃창포, 부처꽃, 갈대, 매자기, 원추리, 금불초 등의 수생식물이 식재되어있는데 대개 초여름에 꽃이 피는 식물이 많아서 초여름에 오면 좋을 것 같았다. 비점오염원이란? 농경지, 도로, 농지 등 넓은 지역으로부터 빗물 등에 의해 배출되어 정확한 배출원인을 알기 어려운 오염원을 의미한다. 본 시설은 우천 시 비점오염물질이 포함된 하천수를 유입시켜 각기 다른 5개의 인공습지를 통해 정화 후 대청호로 방류하는 환경오염 방지시설로 대전 시민의 상수원인 대청호의 수질보전을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처리과정 : 하천수 유입 - 침사지 - 얕은습지 - 깊은습지 A - 깊은습지 B - 방류연못 - 방류





 비점오염저감시설에서 대청호오백리길로 이어지는 부분이 애매했는데 나무 푯말보다는 노란색 띠지가 눈에 많이 띄어서 의심하지 않고 가파른 낙엽길을 올랐다.





 해발 200미터의 신선봉에 위치하고 있는 신선봉 유적(기념물 제32호)은 봉우리 둘레 120미터를 돌로 쌓았다. 동,서,북벽의 석축은 무너져내렸고 남벽만에만 1.5~2m 높이의 석축이 남아 있다. 유적 내부에는 평평한 곳이 거의 없고, 이상하게 생긴 큰 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각종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유적은 내부가 좁고 험하여, 산성이라기보다는 신앙 등 특수목적을 위하여 쌓은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알아 볼 수 있는 명문은 조선시대의 것이지만, 유적 내에서 오래된 토기조각들이 발견되는 점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생각된다.





 신선봉 유적 안내 푯말을 읽고 있는데 바로 앞의 수풀에서 뭔가 타타닥 하더니 거대한 사슴이... -_- 튀어나와서는 뛰어갔다. 너무 놀라서 뒷걸음치다가 바로 카메라를 집어 들었지만 이미 사슴을 보이지 않았다. 등산을 하다가 종종 노루를 본 적은 있었다. 꽤 먼거리에서 작은 노루. 근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것도 거대한 사슴을 야생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실 사슴인지 노루인지도 모르겠는데 굉장히 커서 사슴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지금까지 본 노루는 모두 작았으므로. 신기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는데 조금 지나자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대청호오백리길의 시작부터 물안개에 이어 거대한 사슴이라니! 뭔가 굉장한 모험이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이 사로잡혔다.





 신선바위는 독특한 모양으로 생겼는데 두 돌 사이에 틈이 있어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다. 음... 덩치가 있는 사람은 못 지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다. 물론 나도 이 통로를 이용해서 반대편으로 올라갔다.






 신선바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풍경이 참 좋다. 






 신선바위에서 잠시 쉬웠다가 다시 길을 떠난다.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것은 오늘 걸을 길이 짧지 않기 때문이다.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을 걷고 3구간까지 걷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4구간을 모두 걷고 나자 해가 산너머로 떨어지려고 했다. 지난해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발걸음이 느린 것은 아닌데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게 되는 멋진 풍경이 이어지니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대청호오백리길 홈페이지에서 예상하는 시간보다 실제로 더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국화전시회와 대청호자연생태관도 들렸으니 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사실 한 개의 구간을 하나의 포스팅으로 작성하려고 했는데 사진을 너무 많이 찍다보니 포스팅 길이가 너무 길어지고 지루해져서 더 잘 읽히는 글을 위해서 나눠서 포스팅을 하고 나중에 이것들을 간략히 축소해서 포스팅하는 것을 더 효율적이고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하나의 구간을 잘게 쪼개서 포스팅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