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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대한민국 여행

[대청호오백리길] 호반낭만길, 고용골에서 추동 취수탑까지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반대로 걷는 걷기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상곡사와 송기수 묘가 있는 고용골에서 추동 취수탑까지의 길에 대한 이야기다. 이 구간도 이 길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어서 걷는 것이 즐거웠다. 특히 가을의 호반낭만길은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 길이 없을 정도여서 사진을 수십기가 찍은 거 같다. 

 대전 동구 신산동 오리골 → 신상교 →  제방길 →  엉고개 → 신선바위 → 금성마을 삼거리고용골(상곡사, 송기수 묘) → 상촌 → 원주산 → 연꽃마을 → 황새바위 → 대청호반길(6-2) → 추동 취수탑습지공원 →  대청호 자연생태관 → 교촌 → 가래울 → 대청호반길(6-1) → 전망 좋은 곳→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 →  B지구 → 대전 동구 말뫼(마산동 삼거리) 


 고용골은 작은 마을에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데 가을빛이 내려앉은 마을은 색색이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마을 앞 2차선 도로 옆에서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변해 있었고 올 겨울 든든한 일년 먹거리가 될 배추는 햇살을 받으며 건강한 파란잎을 빛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고추는 새빨갛게 익었지만 상태가 조금 안 좋아보였는데 반면 마을 도로변에 어르신이 쌓아놓고 파는, 직접 키우신 포도 정말 먹음직스러워보였다.   




 고용골에는 1500년대 조선의 조선의 문신 이었던 송기수의 묘와 그를 모신 사당 상곡사가 있다. 묘와 사당이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서 마을에서 눈에 잘 띈다. 상곡사 잎구에 신도비와 함께 큰 바위 위에 상곡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상곡사의 역사는 오래되지는 않았다. 1955년 유림들에 의해 지어졌다. 상곡사 옆 묘역에는 묘가 여러개가 보이는데 송기수와 그의 가족들이 함께 이곳에 묻혀있다. 송기수는 중종 때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므로서 관직에 나아갔고 말년에 호조판서까지 되었다.







 고용골 뒷산인 원주산도 가을색으로 울긋불긋 물들었다.


▼ 원주산




 고용골을 지나면 바로 대청호오백리길 쉼터가 나타난다. 쉼터 정자에는 대청호오백리길 블로그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있다. 지난해에는 작은 규모로 열렸던 공모전이 올해는 규모를 키우고 많은 홍보를 하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이 공모전을 위해 많은 사진을 찍고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포스팅을 하고 있다. 대청호는 대전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그래서 큰 개발 없이 아직도 깨끗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쉼터 뒤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곳에 작은 배들이 많이 세워져 있어서 이런 배들은 어떤 용도로 쓰일까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사진 찍기에는 참 좋구나 싶어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뒷편에서 할머니가 가방을 메고 천천히 걸어오신다. 대청호오백리길을 걷는 트래커 같지는 않고 어떻게 봐도 이 마을에 사시는 분인데 왜 이쪽으로 오실까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할머니는 주차(?) 되어있던 배에 오르시더니 노를 저으시기 시작했다!  내게 길은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곳만을 의미하지만 할머니에게는 할머니가 가시고자 하는 곳이 곧 길이었다. 배를 저어서 어디까지 가시려나 싶었는데 바로 건너,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신다. 걸어간다면 굉장한 거리를 돌아서 가야하지만 노를 저어 가는 할머니는 딱 5분이 걸렸다. 얼핏 보기에는 그곳에 밭이 있는 것 같았다.






 대청호오백리길 대전구간은 정말 길이 잘 되어있다. 특히 4구간이 평지도 많고 길 자체도 아름다워서 대청호오백리길 중 가장 처음 걸을 길을 고민한다면 4구간을 추천할 것 같다. 물론 로하스길도 부담없이 걷기에 좋고 다른 길들도 매력이 있지만.






 가을빛에 물든 나무들이 대청호에 그대로 비춰서 대청호도 물감을 풀어놓은 듯 울긋불긋해져 버렸다. 





 대청호오백리길은 환경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어서 서식하는 동식물들도 풍부하다. 이미 신선바위에서 사슴을 보았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겨울이 오면 겨울 철새들이 내려와서 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른 아침에 물안개와 함께 겨울 철새의 군무를 볼 수 있을까? 올 겨울에 날씨를 보면서 기회를 잘 잡아서 다시 올 생각이다.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내가 대청호오백리길을 걸으면 본 장면들과 느낌들은 적당한 단어와 문장으로 만들어내지 못해서 아쉽다. 그나마 사진이라도 많이 찍고 잘 나온 사진들을 추릴 수 있어 다행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같이 가자'는 말 밖에 없다. 함께 걸으면 더 행복할 길이다.






 고용골에서 연꽃마을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부담없이 걸을 수 있었다. 울긋불긋 물든 대청호변의 산들과 그 산을 반영한 대청호수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연꽃마을( http://www.lotusshop.kr/ )은 대청호오백리길, 식장산 아래 초입으로부터 4k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연꽃이 필 시기에 가면 아름다운 연꽃이 가득한 연꽃마을을 볼 수 있었을테지만 가을 단풍과 국화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에 연꽃은 잠시 자리를 내 준 시점이었다. 2천평의 땅에 100종이나 되는 연과 수련을 가꾸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연꽃이 활짝 필 시기에 와봐야겠다. 이번에 대청호오백리길을 걸으면서 대청호오백리길은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계절마다 또 다른 멋진 풍경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연꽃마을 앞을 지나 이어지는 길 옆으로 '시'들이 가득하다. 가을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시들을 한 편씩 읽다보면 갑자기 나도 시 한편 써보고 싶은 생각이 생긴다. 연꽃마을에서 백일장 대회를 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풍경에서는 절로 시가 쓰여서 좋은 시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






 방금 읽었던 시 구절들이 머리속을 멤돌고 있을 때 황새바위에 도착했다. 커다란 바위와 함께 넓은 나무데크와 쉼터가 마련되어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강렬한 배고픔을 느꼈다. 가방에 먹을 것을 싸갈 걸 어찌 물병 하나, 과자 하나 안싸가지고 갔을까... 아침부터 마음만 바빴지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아쉽게도 대청호오백리길 주변 맛집들은 1인분 판매를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메뉴 자체가 1인 메뉴를 팔기 어려운 메뉴들이 많다. 




 황새바위는 바위의 모양이 새의 날개를 닮아서 황새바위라고 불린다고 한다. 신선바위와는 달리 감흥이 있거나 동의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넓은 나무데크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 이런 곳에서 작은 공연 같은 걸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황새바위에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 같다. 멋진 이야기, 전설을 하나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도 그 이야기의 진의를 캐 묻지 않는다. 블로그 공모전 다음에는 대청호오백리길 스토리텔링 대회가 어떨까? 





 황새바위부터 대청호반자연생태공원까지는 백구와 함께한 길이었다. 백구와 함께 걷는 길은 인상적인 시간이어서 따로 포스팅(링크)했다. 대청호반자연생태공원 앞에는 추동 취수탑이 자리하고 있다. 대전 상수원 취수구역으로 1980년에 세워졌는데 1일 최대 취수량 이 105만톤에 이른다. 취수구 바닥표고는 해발 57m다. 자세히 보면 취수탑 앞 대청호에 밭 같은 것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대청호 상수원 관리를 위해서 심어진 것들이다. 인공식물섬 서리는 영양염류 제거로 조류발생 저감시키고 인공습지 조성으로 오염원 유입차단 및 생활오수 정화한다. 수중폭기시설은 조류발생을 억제한다고 한다.





 추동 취수탑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고 길도 아름다워서 호반낭만길 중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이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