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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하다

제 3회 도시농업콘서트 [나는 도시농부다]

11월 19일 용인여성회관 큰어울마당에서 제3회 도시농업콘서트 [나는 도시농부다]가 열렸다. 경기농림진흥재단 주최, 경기도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방송인 이상벽의 사회로 도시에 사는 우리 이웃들이 어떻게 텃발을 일구어 나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찬민 용인시장, 김정한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등이 참석하여 경기도에서 도시농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보여주고 이번 행사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또 여행스케치, 변진섭의 축하공연으로 도시농업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의 흥을 돋구었다.




 왜 도시 농부가 늘어나고 있을까? 경기도에서는 지난해기준 16만명에 이르는 경기도민이 5천개 가까운 도시텃밭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도시텃밭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양상인데 비단 경기도와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뉴욕에서는 높은 빌딩들 옥상에 600개에 이르는 텃밭이 경작되고 있으며 몬트리올에 있는 도시텃밭은 8천개가 넘는다. 일본도 시민농원이 3천개에 이를 정도로 전문 농부가 아닌 도시 거주자들이 텃밭을 일구고 있다. 우리는 왜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되는 농작물 대신 도시의 작은 자투리 공간에서 직접 농작물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건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갈망, 직접 식물을 키워내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 용인시 여성회관 로비에서 [농산물을 잡아라!]는 작은 이벤트가 있었다. 진행자가 제시하는 색깔 볼을 주어진 시간 내에 잡으면 베란다 텃밭이나 옥상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씨앗을 주는 행사였다.



 올해 세번째를 맞이한 도시농업콘서트의 첫 무대를 꾸며 준 사람은 농부가수 전철민씨였다. 그는 jtbc에서 가수 모창을 하는 프로그램 [히든싱어]에 출연해 김범수의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농부다. 농부였던 그는 이제 남성그룹 [더 히든]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뜻밖의 기회가 삶의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 전철민씨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텃밭을 만나 삶의 방향이 바뀐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정말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느껴졌던 무대였다.


▼ 가수 전철민



 전철민씨의 무대가 끝나고 무대에 올라 온 어머니 3분은 용인 서천마을 휴먼시아 3단지 주부들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유휴지, 관리동 옥상 등을 이용해서 2년전부터 엄마손텃밭이라는 이름의 도시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한다. 현재 텃밭의 규모는 45평 정도인데 노인정 회원과 관리사무소 직원 등 주민 2~30명이 참여하여 가꾸고 있으며 키운 농작물들은 아파트 단지 주민 모두와 나누어 먹고 있는데 주로 독거노인과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가 있는 부모 입주민에게 먼저 나누어준다고 한다. 텃밭을 시작한지 불과 2년에 불과하지만 [2014 경기도 도시텃밭대상]에서 커뮤니티상을 수상할만큼 아파트 단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텃밭 채소의 거름으로 인근 서천 경희한의원에서 한약 찌꺼기와 알뜰장에서 들깨와 참깨의 깻물에 막걸리를 넣고 숙성시켜 만든 것을 쓰고 있으며 용인시에서 제공하는 EM 용액을 해충 방지제로 쓰고 있다고 한다. 휴먼시아 3단지 관리소장은 조금 힘들겠지만 내년에는 텃밭 규모를 조금 더 늘려서 단지 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농림진흥재단의 덧밭스케줄에 맞춰서 더 제대로된 도시농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 했다.


▼ 용인 서천마을 휴먼시아 3단지 주부들



 아파트 단지 내 텃밭 이야기 후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정찬민 용인시장이 무대에 올라와 주부들과 마을 텃밭에서 생산한 채소들로 음료와 샐러드 만들기를 함께했다. 잠시 재료가 준비되는 동안 나눈 인터뷰에서 남경필 도지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세수가 1조 가량 반짝 늘어나 지난 도지사 재임기간 쌓여있던 1조 가까웠던 경기도의 부채를 모두 갚게 되었다고 뿌듯해하며 이야기했다. 또한 경기도 따복마을 조성으로 여성일자리창출, 공동체 사회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경전철 사업등으로 용인시가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난개발의 이미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그러한 어려움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으며 앞으로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남경필 도지사와 이상벽 사회자가 텃밭에서 자란 밀싹 등을 갈아만든 굿모닝 쥬스를 객석에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 세분과 함께 건배를 하고 마셨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찬민 용인시장, 이상벽 진행자




이후 김정한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가 무대에 올라 휴먼시아 3단지 주부들과 남은 재료로 음료를 만들어 많은 도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 김정한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한바탕 시끌벅적한 시식이 끝나고 초등학생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님이 무대에 올랐다. 안양 관악초교의 학생, 선생님, 학부모로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의 80개 학교가 텃밭을 운영하고 있는데 안양 관악초교도 그 중 하나인 것이다. 관악초교는 학교 내 빈 공간과 외부의 유휴지를 무상대여해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이티'라는 텃밭돌보기 동아리를 운영해서 텃밭 가꾸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이티동아리는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일부터 재배해서 요리를 해서 식탁에 올리는 전과정을 경험한다고 한다. 현재는 무, 쪽파, 고구마 등을 기르고 있다. 아이들은 현재 1년이상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농작물들이 키우면서 친구들과 더 돈독해지고 공부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한다.


▼ 안양 관악초교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



 다음 무대에는 축하공연으로 여행스케치가 올라왔다. 여행스케치는 경기도 행사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가수다. 남준봉씨는 동네주민으로 용인여성회관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조병석씨는 자신도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지난해 김장을 할 때 배추와 무 등을 모두 재배한 것으로만 사용했고 방울토마토도 많이 키워서 주변에 많이 나누어주었는데 키우고 나누어주는 기쁨이 크다고 밝히며 점점 텃밭이 커져서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여행스케치




 흥겨운 여행스케치 공연 후에는 도시농부 한의사 이재휘 원장과 함께 아토피를 이기는 기적의 텃밭에 대한 인터뷰가 잠시 있었다. 이재휘 원장은 아이가 아토피를 심하게 앓으면서 텃밭가꾸기를 시작했고 상추, 고추 같이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부터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블루베리, 딸기 등 다양한 농작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도시농사를 지은 후 꾸준한 식습관과 관리로, 아이가 며칠간 과자를 먹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특별한 아토피 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고 많은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아 농작물을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땅이 없어도 작은 화분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으니 시도해보라고 권하는 말을 남겼다. 


▼ 이재휘 원장



 굿모닝 주스 프로그램만큼 제3회 도시농업콘서트에서 인상적이었던 무대가 아마 텃밭파워블로거 '후둥이' 장진주씨의 강연이었다. 입시 생물 강사였던 이력때문인지 상당히 흡입력 있는 강연이어서 시간이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그녀는 네이버 블로그 [후둥이의 열 두 달 베란다 채소밭]을 운영하며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면서 [누구나 쉽게 길러먹는 열 두 달 베란다 채소밭]이라는 책을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대만, 중국에까지 출판했다. 많은 도시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베란다를 활용해서 정말 다양한 채소를 키워먹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베란다에 채소밭을 만들면서 인생이 바뀌었는데 농작물을 키우는데 그치지않고 이것을 어떻게 잘 요리해서 식탁에 올릴까를 고민해서 결국 이탈리아로 요리유학을 다녀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서울대 원예생명공학과에 재학하며 더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장진주씨는 생각보다 쉽게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음을 PPT로 흥미롭게 설명하고는 주전자를 꺼내더니 주전자에 넣어서 쉽게 물을 갈아주고 키울 수도 있다며 물만을 먹은 깨끗한 채소이니 먹어보라며 객석에 주전자를 넘겨주기도 했다.


▼ 텃밭파워블로거 장진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가수 변진섭의 공연이 있었다. 용인에 산다는 변진섭씨는 신곡을 포함해서 4곡의 노래를 부르며 큰 환호를 받았다. 그의 공연 후에는 공연장에 입장할 때 주었던 행운권 추첨 번호가 적힌 입장권으로 추첨을 통해 다양한 우리 농산물을 나누어 주는 시간이 있어서 끝까지 600명의 도민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 가수 변진섭




 제 3회 도시농업콘서트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경기도민들에게 베란다와 옥상, 작은 자투리 땅에 텃밭을 가꾸는 우리 이웃의 도시농부를 보여주었다. [나는 도시농부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누구나 '나도 도시 농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 같다. 나도 당장 베란다에 뭔가를 심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