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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영화처럼

카하아니 Kahaani - 콜카타 풍경 속에 녹아 낸 여신 두르가의 이야기


 콜카타 풍경 속에 녹아 낸 여신 두르가의 이야기

 

 내가 기대했던 군무와 뮤지컬이 난무하는 즐거운 인도영화가 아니었음에도 영화 <카하아니>는 좋았다. 이런 진지한(?) 인도 영화임을 예상치 못해서 더욱 좋았을 수도 있다. 많은 음악이 사용되고 지속적으로 일상적인 콜카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점도 좋았다. 단지 어설픈 추격신과 후반 마무리 부분이 해설적이라는 것이 단점으로 다가온다. 인도인이나 힌두 신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영화 초반에 결말이 어떻게 될 지 예상 할 수도 있다. <카하아니>는 콜카타 전체가 두르가 푸자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시작된다. 비댜 박치가 콜카타에 도착 한 시점도 바로 이때다. 그리고 두르가 푸자의 마지막날 영화는 끝이 난다. (물론 뒤에 조금 덧붙여지는 영상이 있지만 이건 없어도 무관한 부분이다.)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르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두르가는 시바신의 아내로서 어머니 이미지와 악마들을 죽이는 무서운 전사로서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결국 비댜 박치가 두르가 여신인 것이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를 잃은 아내로써의 모습과 악인을 응징하는 전사로서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런 상징이 영화의 핵심을 당담하고 복선으로 작용한다. 물론 두르가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이것을 유추해 낼 수 없다. 영화의 초반부 라나와 비댜 박치가 차에서 이름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에서 라나는 콜카타에서는 누구나 이름이 두개라고 말하고 비댜 박치는 흥미롭다며 한 삶에게 두 개의 이름이란 건 두 개의 인격이라는 말을 한다. 그건 결국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두르가에 대해서 몰랐기에 비댜 박치의 남편 아놉에 대한 상징으로 생각했다. 관객은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기 전까지 과연 그녀의 남편 아놉이 어떤 사람일 지 궁금해 한다. 스파이인지 엄청난 능력의 정부요원인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바로 이런 장치들로 인해 영화가 재미있었다. 비댜가 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투키(라나)에 대한 복선도 아르준의 운전사라는 표현으로 처음부터 깔려있다.

 

 

 

 이런 영화가 인도에서 흥행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인도 사람들은 해피엔딩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래서 영화도 군무와 음악이 난무하고 해피엔딩인 영화가 많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영화도 다분히 인도적이다. 종교적이며 권선징악적이기에 그들의 기호에서 동떨어져 있을 것 같지 않다. 찾아보니 8천만 루피의 제작비로 50일간 10억 4천만루피의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것이다.

 비댜 박치가 영국에서 온 설정으로 인해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인도인들에게 v와 b의 차이에 대해서 자주 말하는데 엉뚱하게도 그녀의 다른 발음들은 너무나 인도적이다. 인도 사람이니 영국에서 살다 왔다고 해도 인도 발음인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녀의 발음이 인도적인데도 굳이 이런 설정을 가져다 넣은 이유는 의아하다. 실제 배우의 이름이 비댜이기에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바를 넣었는 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하철 테러에 대한 의도가 제대로 설명되어 지지 않고, 뒷부분이 너무 보따리 풀어놓듯 이야기되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지난 가을 콜카타의 거리를 헤매였기 때문에 영화가 펼쳐내는 콜카타의 모습에 매혹되기도 했다. 다시 콜카타를 찾아 모나리자 게스트하우스 15호에 묵고 싶다. 콜카타의 노란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소지품 검사를 당하고 싶다. 트램을 타고 콜카타의 거리를 지나고 싶다. 더러운 유리잔에 짜이를 마시고 싶다. 아... <카하아니>는 내게 영화인가 여행 다큐멘터리인가. ㅎ  

 

  공식 홈페이지 : http://www.kahaanithe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