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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인디아 여행기

[함피] 하누만 사원, 함피 여행에서 놓치면 안 될 하누만신의 고향



 인도에서 정말 많은 신이 있지만 인도 전역에 걸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가지 신은 한정되어있는 것 같다. 시바가 대표적일 것이고 이름을 외우기 힘든 몇몇 여신들이 그렇다. 그리고 힌두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동물의 형상이기에 쉽게 기억되는 신이 코끼리의 형상을 하고 있는 가네쉬와 원숭이 형상을 하고 있는 하누만이다. 함피에는 안자네야 언덕 위에 하누만 사원이 있다. 가이드북이나 여행 정보가 없는 와중에 함피에서 만난 한국인이 강 건너에 하누만 사원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작은 냇가를 건너서 4~5km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갔다와서 생각해보니 이른 아침에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싶다 물론 늦은 오후에 가서 일몰을 볼 수도 있겠지만 돌아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배가 몇 시까지 있는 지 모르니까.





 강을 건너니 트라이시클 기사 몇명이 있었다. 처음부터 걸어가기로 했기에 방향만 물어보았다.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고 해서 걸어가는데 논길과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된다.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으니 한 눈에 보여야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반대방향이라고 한다. 한참을 걷다가 결국은 다시 배를 내렸던 곳으로 돌아왔다. 우리와 함께 움직였던 외국인 커플도 다시 되돌아왔다. 우리는 저 트라이시클 기사들이 자신들의 트라이시클을 타게 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방향은 그쪽이 맞았던 것 같다. 단지 골목골목 논 사이로 가는 길이 찻길로 가는 것보다 더 쉽지 않았다. 마을 사람도 찻길로 가는 게 더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생각해서 돌아가라고 했을 거 같다. 하여간 장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왔다갔다 걸어다니니 힘들었다.





 날씨만 뜨겁지 않았다면 이런 풍경들을 보며 트래킹한다고 생각해서 길을 잠시 잃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함피는 어딜가나 멋진 풍경을 선사해준다.






 제대로 길을 들어서고도 꽤나 걸어야한다. 사실 트래킹이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짧은 길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인지도 몰랐고 햇살도 뜨거웠기에 더 지쳤던 것 같다.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종종 만나게 되는 인도인들에게 사원의 위치를 물으면서 걸어갔다. 멍키 탬플이라고 들어서 그렇게 물어보니 아니라면서 하누만 사원이라고 정정해주었다. 그때는 원숭이가 인도어로 하누만이라고만 생각해서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누만은 원숭이신의 이름이지 원숭이의 힌두어가 아닌 것이다. 섬기는 신을 멍키라고 칭하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냥 무지한 외국인이니까 화내지 않고 이해하고 정정해주었던 것이다. 






 돌산 사이로 흰 계단 수백개가 놓여져 있다. 이 위에 사원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우리나라 경치 좋은 곳에 절이 있듯이 인도에서도 경치 좋은 곳에 사원을 만들 생각을 하나보다. 하누만 사원 답게 오르는 길에 원숭이들이 보인다. 다행히 공격적이지는 않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계속 오르게 되는 것은 조금씩 오를 때마다 점점 더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상을 향할수록 설레인다.








 정상에는 하얗고 단촐한 작은 사원이 있다. 이곳에서 하누만신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실 여행자들에게 하누만 사원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 때문에 사람들은 이 곳에 오른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왜 함피에 장기여행자들이 많은 지 알 수 있다.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수도였던 이 땅의 오랜시간 폐허로 방치되었고 지금은 유적과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 거대한 앙코르 유적지가 사람들이 사는 곳과 분리되어서 유적지도 보존되고 있다면 함피는 마치 앙코르 유적지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양새 같은 느낌이다. 이런 풍경을 두고 이야기와 신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풍경에서 신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자, 이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