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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인디아 여행기

모랫빛 도시 자이살메르





자이살메르는 흔히 황금도시로 불리는데 황금빛 사암으로 지어진 건물들과 성이 사막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북서쪽으로 파키스탄 국경과 매우 근접해 있기에 오래전부터 이슬람 문명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이 사막이라는 것 때문에 이슬람 세력의 침략과 파괴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자이살메르라는 도시의 시작은 명확하다. 1156년 로드루바 지역에 살던 바티 라지푸트 부족이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타르 사막이 방패 삼아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다. 이 부족의 족장이 라왈 자이살로 도시의 이름이 족장의 이름을 딴 것임을 알 수 있다. 외부의 군사적 침입을  막기 위해 사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폐쇄적인 곳으로 보일 수 있는데 이 도시는 인도 본토와 아랍, 유럽,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무역로와 거점 역할을 하면서 상업이 발달했고 자연스럽게 부자들이 늘어가고 번성하였다. 농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바다도 없고, 산도 없으니 자연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이것이 그들을 동시대의 인도인들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배부르게 만들었다.







종교 때문에 분리되었고 종종 분쟁이 이어지는 파키스탄과 가까운 자이살메르인만큼 우다이뿌르에서 자이살메르로 가는 길 창밖으로  탱크를 비롯한 무기들이 눈에 띄었다.






자이살메르역에 내려서 어떻게 도심으로 가는 지 전혀 모르겠고 역에 있는 지도로 방향만 보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더위와 거리를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는데 가이드북이나 정보 없이 움직이는 가난한 여행자였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물론 얼마가지 않아 친절한 인도 청년이 차를 태워줘서 쉽게 갈 수 있었다. 함피에서 한국인여행자에게 타이타닉 게스트하우스를 추천받았기에 그곳으로 바로 향했다. 날 태워 준 이들은 타이타닉 게스트하우스 맞은 편 롯지의 스탭들이었다. 내려주면서 자기네 옥상식당 밥 맛있으니까 놀러오라고해서 타이타닉에 체크인하고 바로 갔다. 여기가 론리에 실려있는 곳인지 서양애들이 북적거렸다. 다행이 밥 먹기에 살짝 이른 시간에 와서 옥상에서 거의 유일한 그늘 자리를 차지하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여기 옥상에서는 거슬리는 것이 없이 자이살메르 성을 볼 수 있다. 타이타닉을 비롯해 다른 곳들은 옥상에서 아무자리나 앉아 온전히 성의 전체를 보기 힘들었다. 일부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물론 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들은 다 볼 수 있지만 가까이에 있는 옥상식당 중에서 전망은 여기가 최고. 






여기서 밥 먹는데 맞은편에 타이타닉 옥상이 보여서 거기 스탭들과 눈이 마추쳐서 살짝 민망했다. 근데 타이타닉은 인도에서 잔 곳 중에 정말 최악의 주인이어서 생각만해도 불쾌했다. 우선 사파리를 신청했는데 끊임없이 연장했고 왜 옥상에 올라오지 않았냐고 내 잘못으로 사파리를 못 간 것처럼 이야기했다. 난 가능한데로 가겠다고 매일 이야기했는데 이건 자기에 옥상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었다. 하루는 역에 한국인 손님들을 마중간다고 같이 갈 거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됐다고 했는데 역에 갔다와서는 씩씩거리며 내게 화를 냈다. 그들이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온 한국인들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니가 따라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왜 안 갔냐고 내게 짜증을 냈다. 마지막으로 결국 며칠이 지나고도 여기서 사파리 투어를 컨택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하기로 하고 체크아웃했는데 짐을 챙겨 나온 후에 침대에서 뒹굴며 봤던 pmp를 그냥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다시 타이타닉으로 갔더니 이미 청소가 완료된 상태여서 pmp를 찾는다고 했더니 모른단다. 분명 침대 위에 있었을텐데.... 내 가방에는 없고... 침대에서 보다가 자다가 나왔으니 백퍼인데.... 결국 40만원짜리 pmp를 결국 하더라. 주인이 한국어를 한다는 건 전혀 장점이 아니었다. 정말 최악의 숙소였다. 괜히 함피에서 한국인 여행자에게 여기를 추천받았다. 그냥 자이살메르에 와서 찾았어야하는데.











동네 구경하다가 성 반대편으로 가니 큰 호수가 보였다. 이런 사막에? 생김새도 쫌 자연스럽게 않은 것이 한 눈에도 인공 호수처럼 보였다. 가디 사가르 인공 호수였다.







할아버지, 저 사진 찍어도 돼요?

그래.






헤이~ 나 사진 찍어줘.

그래.





꼭두각시 인형의 옷이 왠지 한복 같았다.





성의 난간에 서서 걸어다니던 소년들.

이 아저씨는 무서워서 가까이 못 가겠다.














인도의 밤거리는 북적북적하기에 밤에도 곧잘 거리 구경을 다니곤 했는데 숙소가 있는 성밖은 굉장히 조용했다. 그래서 성 안으로 갔는데 뭔가 축제 기간인 것 같았다. 막대기를 부딪히면서 춤을 추었는데 이 시기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도 몇 번 본 걸로 봐서는 지역축제는 아니고 단오 같이 꽤 큰 연례행사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성을 나왔다.





성 밖의 골목은 성 안보다 넓고 한적하다.















새벽에는 꽤 쌀쌀한데도 옥상에서 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안녕, 소년들.
















사막도시의 마굿간 느낌 물씬.











좁은 성 안 골목에서 소를 만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다행히 골목에 들어서기 전에 소님이 먼저 오고 있는 걸 봐서 기다리기로 했다.





소님은 친절하게도 골목을 막지 않고 벽 한쪽에 붙어서 걸었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느닷없이 꼬리를 흔들어 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치는 인도다.

당연히 종이도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염소는 굳이 벽에 붙은 포스터를 힘겹게 뜯어먹고 있었다.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는 기분이려나...









굉장히 자질구레한 장신구들을 판매한다. 

그래서 판매도 여러개 할 때가 많다.

여행 중 조금만 들고 다녀도 짐이 될테고 결국은 얼마 안가 버려지게 된다.

그래서 장신구를 사지않고 사진을 찍고 모델비를 주었다.

그녀는 굳이 장신구를 챙겨주려고 했고 그 마음을 뿌리치기 어려워 그 중 하나만 골라 이것만 가지겠다고 하고 왔다.

역시나 지금 그게 어디있는 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