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다음 생엔 팬더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에는 팬더로 태어나고 싶다. 청두 팬더 브리딩 센터에서 만난 쉬쉬의 모습이 부러웠다. 돈 많고 많은 것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되지만 그런 것을 부러워하고 욕심을 내면 내 정신건강만 해칠 뿐이라는 것을 오랜시간 살아오면서 채득하게 되었다. 쉬쉬에게는 오직 '신선한 대나무'만 있을 뿐이다. 1998년 9월 10일에 태어난 쉬쉬는 크고 귀여우며 꽤 활동적이라는 안내문만 보면 웃음을 짓게한다. 크고 귀여운 것은 맞지만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다른 팬더와의 상대적인 모습인데 종일 눕고 엎드려서 자고 있는 팬더들을 보고 있자면 열심히 대나무라도 먹고 있는 쉬쉬가 활동적인 것이다.





 단단한 대나무를 강인한 치아로 똑깍똑깍 부러트려먹던 쉬쉬가 한 손에 대나무를 쥐고는 상념에 젖은 듯 콘크리트벽을 바라본다. 난 왜 이곳에 갖혀서 이러고 있나... 자유를 달라... 고 생각할까? 





 손에 들고 있던 대나무를 떨어뜨리더니 손도 털석 배 위로 떨어뜨린다. 그 외에 움직이는 신체 부위는 하나도 없다. 여전히 상념에 잠긴 듯... 하지만 역시 쉬쉬는 잠들었다. ㅋ 열심히 먹더니 먹는 것도 힘든 것이다. 먹다가 그 상태 그대로 잔다.





 하지만 아직 배불리 먹지 않았는데 몇 분 자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먹기 시작한다. 한두걸음만 옮기면 신선한 대나무가 잔뜩 쌓여있지만 쉬쉬는 그게 너무 귀찮다. 몸을 조금 눞혀 손을 쭉 뻗어 대나무 몇 개를 붙잡는데 성공한다.





 자세를 잡기도 전에 우선 엎뜨린 채로 한 잎 먹어주고. 다시 벽에 등을 기대로 본격적으로 먹어준다.





 쉬쉬의 배 위와 주위에는 대나무 부스러기가 쌓여간다. 넓은 사육장에 팬더는 쉬쉬 뿐이다. 대나무도 잔뜩 쌓여있다. 매일 우리를 깨끗이 청소해주고 신선한 대나무를 쌓아둔다. 그저 먹고 자기를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그게 쉬쉬의 삶이다. 쉬쉬에게 자유를 준다고 대나무숲에 풀어준다면... 그래도 달라질 것은 없다. 대나무가 충분하다면 그나마 브리딩센타에서와 같은 삶을 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귀찮게 몇걸음 걸어야할 지도 모른다. 쉬쉬는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느냐 그냥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잠자면서 굶어 죽을 것인가. 왠지 아~ 귀찮다. 하고 그냥 계속 잘 것만 같다.





뺏어먹는 다른 팬더도 없는데 두 손에 대나무를 쥐고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