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트레킹 라오차이, 타반마을

 

 고산족 트레킹으로 본 녹록치 않은 고산족의 삶

 

사파에 가면 으레 트레킹을 하게 된다. 사파 트레킹 코스 중 보편적으로 가는 곳이 라오차이 마을과 타반마을이다. 사파에 고산족 마을을 둘러 볼 수 있는 트레킹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사파에 있는 여행사에 10달러만 주면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우루루 함께 걸어가는 것에 왠지 거부감이 들어서 우선 혼자 가보기로 했다. 그러고 안되면 그 다음에 투어를 신청해도 되는 일이다. 그래서 사파 시내(?)를 벗어나 고산족 여인들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블랙흐멍족 여인 둘이 따라온다.

     너희 나 따라오는 거야?

     아니 우리 집에 가는 길이야.

     아, 그렇구나. 미안 내가 착각했나봐.

걷다가 내가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찍으면 그녀들은 날 스쳐지나가지 않고 나란히 멈춰선다.

      너희 나 따라오는 거 맞잖아.

      헤헤

      나 기념품 같은 거 살 생각없어. 돈도 없어. 나 지금부터 계속 여행다녀서 들고 다닐 수 없거든.

      작은 것도 있어. 짐이 되지 않는 거.

      나한테 뭐 팔려고 그러는 거 맞네.

      안사도 돼.

      나 정말 안 살거니까. 다른 사람을 찾는 게 좋을꺼야. 따라오지만. 시간 낭비하는 걸꺼야.

 그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한 명이 다른 여인한테 불만(?)을 토로하더니 사파 시내(?)로 되돌아간다. 한 명은 계속 따라온다. 그나마 한 명이라도 돌아가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정말 난 아무것도 안 살껀데 괜히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고 힘들게 걷으면 미안하니까.

 

 

 

아스팔트 길을 걷다보면 옆 길로 흙길들이 보인다. 언제쯤 옆으로 빠져야하나 고민하면서 걷는데 어느 순간 내 뒤에 걷던 그녀가 앞으로 가더니 이 길이라면 옆으로 빠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쓸모없는 기념품을 사는 것보다 차라리 가이드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기념품이 더 쌀 것 같지만 필요없는 물건을 들고 수개월간 여행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내가 가이드비용을 지불할께. 난 기념품을 살 수는 없어.

 그래. 그럼 내가 우리집에서 밥 해 줄께.

 가이드 비용은 어느 정도야?

 니가 알아서 줘.

 그러면 내가 알기론 여행사에서 하는 게 10달러로 알고 있는데 그건 돌아오는 버스비가 포함된 거잖아. 그러니까 9달러를 줄께.

 그래.

다행히 내가 9달러(물론 달러가 아닌 9달러에 상응하는 베트남 동으로 이야기했다.)를 이야기하니 얼굴이 밝아졌다. 서로 기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져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거리에 아이가 아아~ 하면서 옆드려 울고 있었다. 그녀가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 여행사를 통해 가는 투어는 가는 길에도 여행자가 원하는 만큼 차를 타고 간 후에 걸을 수 있나보다. 내가 한참을 걸어와 서 있는 곳에서 그들은 차에서 내려 잠깐 경치를 보고는 다시 차를 탔다.

 

  

  

 

 물소는 혓바닥으로 코를 판다. 헉. 새끼 돼지들을 강아지마냥 길을 뛰어다니고 논에는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고산족마을이라고 해서 오지마을은 아니다. 잘 사는 집은 전기도 들어오는 것 같더라. 오토바이도 타고 다니고. 물론 그렇지 않은 집이 훨씬 많을 것 이다. 날 가이드해 준 흐멍족 여인과 나눈 대화와 날 가이드해준 그녀의 집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나와 딜을 한 후에 그녀는 이제 내 뒤에서 쫓아오지 않고 앞서간다. 얼른 따라오라고 뒤돌아본다. 내가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재촉하지는 않지만 앞에서 쳐다보며 기다린다. 가이드를 하는 것이지만 집에 가는 길이기도 해서 발걸음이 빨라지나보다.

 

 

 

 

라오차이 마을과 타반마을이 보인다. 두 마을은 구분을 짓는 게 애매하게 붙어있다.

  

 다랑이논이 펼쳐져있다. 작은 조각들이 높낮이를 달리하면서 기계를 사용할 수 없고 모두 사람의 노동력으로 농사를 지어야한다. 엄청난 노동력에 비해서 수확은 적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힘들지 않을까? 다랑이논은 위로 올라갈수록 최신(?) 논이다. 땅이 없으니 점점 산으로 올라가는 거다.

 

 

본격적으로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공사를 하고 있더군. 아... 이 부조화스러운 모습.

 

 

 

 저 서양커플은 가이드를 처음부터 고용해서 투어를 시작한 경우다. 양산을 쓰고 가는 여자가 가이드로 그 주위의 고산족여인들은 무언가 팔려고 계속 따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따라가는 것이 정말 많이 눈에 띄는데 가이드가 따로 있는 경우 이들은 트레킹에 도움이 될 이야가 따로 없기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오랜시간 함께 걸어서 무언가를 사줘야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지만 막상 살만한 것은 없다. 결국은 팔찌나 작은 가방을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마을 입구 길... 정말 대박이다. 돌을 깐 건가요? ㅋㅋㅋ

 

 

양쪽의 산들로 둘러쌓이고 사이로 물이 흐른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마을의 모습이 예쁘다.

 

 

정말 작은 공간들까지 헛트로 쓰지 않는다. 오른쪽 사진처럼 정말 좁은 길가에 모를 일렬로 심어놓아서 깜짝놀랐다.

 

  

  

 마을 중심으로 들어오면 초입과는 달리 길이 잘 닦여있다.

 

 

 그녀를 비롯한 많은 고산족 여인들이 바구니를 메고 다닌다. 물건을 파는 이들은 물건을 가득 넣고 다닌다. 그리고 우산과 비닐은 모두가 항상 바구니에 넣고 다닌다. 그 모습에서 사파의 날씨를 짐작케 한다.

 

 

 

  

 

  

자오족 전통 가옥 스타일

 

 

 흐멍족의 전통옷은 단지 관광객들을 향한 호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농사일을 할 때도 이 옷을 입고 있다. 그녀는 땅이 있어 다행이네.

 

 

 

타반 투어리스트 맵. 내 가이드를 해주는 흐멍족 여인의 집이 이 마을에 있었다면 나의 트레킹은 여기서 끝났을 테지만 그녀의 집은 내가 충분히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을만큼 멀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이 먼 길을 걸어 사파 시내로 나온다. 너무나 많은 경쟁자가 있기에 거리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들을 따라나서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그것도 매일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번 트레킹을 따라 다서면 두번 할 수는 없다. 다시 걸어서 사파로 나갔다가는 밤에 도착하기에 장사가 아닌 트레킹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들이 일하는동안 커다란 곰 동생을 돌본다. ㅋ 이 집은 상당히 잘 사는 집이다.

농사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한다. 우리의 두레같은 제도가 있겠지? 오늘이 너희집꺼 오늘은 우리집꺼. 아니면 모두 한 사람땅이고 모두가 소작농이나 일당을 받고 일하는 걸까?

 

 

 

 드디어 도착. 그녀의 발걸음에 한껏 가볍다. 그녀가 왼손에 들고 있는 봉지에는 내게 해줄 점심을 위한 꺼리가 들어있다. 도착하지 10여분 전 작은 구멍가게에 들러서 라면과 야채를 사더라. 깜짝 놀랐다. 난 고산족들이 먹는 전통음식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저기.. 난 니가 평소에 먹는 거 먹고 싶어.

 응. 우리 이거 거의 매일 먹어.

 아... 그래 그럼 알아서 해줘

이 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그냥 라면이나 끊어주려고 했던건가하는 실망감.

 

 

 집 안으로 들어가니 그녀의 딸이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된단다. 그리고는 딸과 나란히 선다. 어? 나하고 같이 사진 찍자는 거였는데... ㅎ 아이도 커서 그녀와 같이 관광객들을 상대하게 될까? 아니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럴려면 사파를 떠나야겠지? 하노이로 가야될까?

 

 

그녀의 집은  두 칸으로 되어 있다. 침대 두 개가 집안에 있는 가구의 전부다. 그나마 하나는 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거다.

 

 

 부엌이라고 이렇게 집안 한 구석에 나무들을 태우는 것이 전부다. 화장실은 보이지 않는다. 내게 집 앞에 있는 대야에서 씻으라고 물을 받아주었다.

 

 

 

 20여분의 기다림 끝에 그녀는 푸짐한 상을 차려주었다. 더워서 물을 많이 마셨더니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렸다. 라면도 2개나 끓어주었다. 미안하게도 얼마 먹지 못했다. 내가 많이 남기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가이드비를 주니 좋아했다. 그리고 저 아래 폭포 구경 시켜주고 길에서 돌아갈 수 있게 오토바이를 잡아준단다. 오, 끝까지 챙겨주니 고맙다.

 집을 둘러보고는 땅이 없으면 정말 그들은 이렇게 라면을 매일같이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조차 없으니 야채들도 슈퍼에서 사먹는다. 고산족은 삶은 이렇게 남루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건가하는 생각이 몰려들었다. 갑자기 울컥해졌다.

 

 

옆집 아줌마네에 외국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하나, 둘, 셋... 늘어나는 아이들

 

 

  

 다섯 아이들이 내 앞에 와서 앉는다. 나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서 액정으로 보여주자. 좋아라한다. 이래서 폴라로이드를 가지고 다녀야한다. 뽑아서 주고 싶어진다. 사진을 확인하더니 카메라 앞에서 계속 포즈를 취한다.

 

 

 

 

  

 

  

난 오랜시간 걸어왔고 꽤 지쳐있었다. 얘들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힘들어서 리액션을 해주지 않았더니 쪼르르 기둥뒤로 가서 뒤돌아 앉는다. 이...이건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 삐진거야? ㅋ 귀여운 녀석들. 근데... 이 녀석들 저 아래 계곡도 있던데 목욕도 하고 옷도 좀 빨고 하면 안되겠니? 꼬맹이들에게 나는 냄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냄새가 났다. ㅎ

 

 

무서운 누나들이 올라오고 있었어. 이거이거 나 싸다귀라도 맞을 것 같은데... ㅋ 길 한쪽으로 조용히 지나갔다. ㅋ

 

 

소년은 소를 몰고 걸어가고 있었어. 찍어도 되니? 쑥스러워하며 소에게 기대더라구.

 

 

 

어른들은 물놀이에 신난다.

 

아이들은 물소와 함께여서 더 신난다. >.<

 

 

사파 타반마을 volcanic 아래

 

 

 

 

 

  이렇게 사파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데 목이 너무 말랐다. 강 근처에는 시원한 콜라를 팔고 있었다. 평상이 있어서 그곳에서 쉬는 것도 포함된 가격이어서 비싼 편이었다. 한 개를 사고 그녀에게 주려고 하나를 더 샀다. 그녀는 여기는 비싸다며 저 위로 가서 사라고 했다. 난 너무 목이 말라서 그냥 여기서 사겠다고 했다. 그녀에게 하나를 주었다. 그녀가 마시지 않을 줄 알았다. 역시나 그녀는 마시지 않고 챙겨 넣더라. 우리 어머니도 그냥 음료수나 이런 거 항상 챙겨와서 나 주니까. 엄마의 마음은 어디나 같다. 9달러의 돈을 받고 그녀는 많이 좋아했는데 2달러짜리 콜라를 받고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도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힘들게 돈을 버는데 이 어린 녀석은 이렇게나 쉽게 돈을 쓰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겠지. 나도 너무 미안해졌다. 이건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었던 거다. 괜히 기분이 상하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이 만든 가방도 주려고 했다. 나는 필요치 않았기에 그것을 거절했는데 그냥 팔찌라고 달라고 할 껄 그랬나보다. 그녀의 친절을 거절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녀의 남루한 집과 매일 오랜 길을 오갈 그녀와 고산족 여인들의 모습에 우울해졌다. 사파 시내로 나오니 이제 북적이는 고산족 여인들을 보는 것이 슬퍼져버렸다.

Posted by 어바웃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