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누래 꽃동산

 투박하고 따뜻한 연극을 표방하다

 

  요즘 들어 부쩍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공연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꽉찬 객석의 <오구>를 보고 나서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들은 구매 능력이 뛰어나니까. 하지만 단지 주인공이 노인이라고 해서 어르신 관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구>는 오랜 공연과 작품성으로 워낙 입소문이 나 있는 상태이고 <썽난 마고자>는 사람들의 차이무 극단에 대한 신뢰가 존재하고 있으니까. 극장에서 장년층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들이 더 나이들어도 계속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콘텐츠가 존재한다면 <오구>처럼 매년 무대에 올리면서도 많은 객석을 꽉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연극 <마누래 꽃동산>은 신사역 부근에 있는 동양아트홀에서 한달간 공연되어 진다. 내게는 다소 생소한 공연장이었는데 중극장 크기의 공연장이었다. 무대가 흙으로 채워져 있고 시골이 배경이라는 것, 개집 때문에 <하얀 앵두>가 연상되었지만 텅 비어 있는 <하얀 앵두>에 비해 <마누래 꽃동산>은 무대가 꽉 차 있다. 무대의 둘레에는 많은 꽃등의 식물이 심어져 있고 한 편에는 집이 그 앞의 빈 공간들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놓여져 있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바위'의 존재가 눈에 띄었다. 빈 공간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연출자 혹은 무대 디자이너의 강박의 결과였을까? 하지만 극을 끝까지 보면 왜 그 바위들이 그곳에 놓여져 있는 지 알게 된다. 박씨(남편)에 대한 앙금이 오래도록 쌓이고 쌓여 순자(아내)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바위가 되어 가라앉아있다. 이제 그가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아내를 돌보아도 그 바위는 무대에 놓여있는 바위만큼 오래되고 크고 무거워서 어찌 할 수가 없다. 순자의 마음 속에 놓여진 바위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 박씨는 순자가 떠난 후 순자가 누워있던 그 자리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다. 마치 그 상태로 가만히 바위가 되겠다는 듯이......

 

연극 <마누래 꽃동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무래도 순자의 죽음이후 며느리 명숙, 딸 영숙, 창수네, 박씨가 모여 있는 장면이다. 여기서 창수네가 내 놓은 순자의 곗돈 때문에 딸 영숙과 박씨의 갈등이 드러난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우습게도 가까운 사람일 수록 더 잔인하고 크게 나게 된다. 가족인 그들은 오랜 시간 서로에게 상처를 내 왔다. 이 장면에서 가슴이 턱하고 막혔다. 무대 여기저기 놓여있는 커다란 바위가 가슴위에 올려진 기분이었다. 왜 그래야 할까?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일 수 있다는 거...

 

  포스터와 이야기에서 보여지는 분위기 때문에 공연을 보기 전에는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의 절반이상이 넘어가도록 지루함을 모르고 봤다. 하지만 뒷부분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암전 뒤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에 극이 느슨해지는 것 같다. 종종 아... 저 대사는 희곡을 쓴 작가가 작정하고 쓴 대사겠구나 싶은 것들도 있었다. 현실에서는 잘 쓰일 것 같지 않은 은유와 교훈(?)이 들어있는 대사 말이다. 극 전체에 특정 사투리가 쓰이는데 내게는 너무 생소한 사투리여서 어느 지방의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극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순자의 마음 깊은 곳에 내려 앉은 바위에는 꽃이 핀다. 그 모습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박씨가 앉아있는 바위로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순자를 마중나온 삼베로 만든 우산을 든 김씨의 모습과 젊은 시절의 회상씬으로 돌아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였다면 순자 역시 스~윽(?)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드러났을 장면이다. 이 연극도 한쪽에서 순자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중간중간 끼어드는 것으로 젊은 순자를 등장시켜도 되었을 것 같다. 칠십대의 순자와 젊은 김씨의 연기에 이질감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었으니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뒷부분이 루즈해지기는 했지만 주위에 앉은 여성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순자의 죽음과 갈등 장면 이후 먹먹한 느낌이었는데 음악과 조명, 실제로 물을 떨어뜨리는 비등이 잘 어우려져 관객의 감정을 잘 이끈 것 같다. 뒤로 갈 수록 같은 음악이 너무 많이 반복되어지고 여러 장면을 보여주려는 욕심에 감정의 과잉인 것같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말이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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