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

 내용과 형식, 운영까지 고루함을 벗어나지 못하다

 

애초에 대학로 가로등에 벌럭이는 이 공연의 홍보물을 보면서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볼 기회가 생겨서 보게 된 것이다. 제목과 포스터를 보면 전혀 끌리지 않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어 진다는 점과 오현경씨가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에 망설였던 마음을 접고 보러가게 되었다.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공연되어지는 연극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는 고루하다. 단지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 특히, 이번 달에 역사와 역사적 인물을 다룬 수 많은 공연이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학술회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역사에서 기억되어야 할 일과 사람들을 되살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하는 방식이다. 단 몇 줄의 이야기로 끝낼 수 있는 일을 낯설고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혹되어지게 만드는 것이 예술 아닐까? 연극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는 그걸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극은 면암 최익현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지금의 내게는 무척 생소한 사람이지만 국사책에도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니 아마 몇 번은 보았을 인물일 것이다. 그를 다룬 연극의 제목도 낯설지만 이미 책과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극이 시작되고 텅 빈 무대 뒤에는 스크린이 있다. 필요한 배경은 모두 스크린에 투사되어 나타난다. 한 동안은 무대 위에 어떤 소품도 등장하지 않아 극이 끝날 때까지 스크린만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되었다. 스크린이 사용되지 않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사용이 빈번하다. 스크린을 사용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절감될 것이다. 무대를 전환시키는 시간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연극의 맛이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극장 시설이 열악한 것도 아닌데 굳이 그래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귀찮았던 걸까? 최익현의 부인역을 맡은 배우가 종종 나와 해설을 한다. 그의 삶을 말이다. 이 부분이 이 극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익현 선생은 이러한 삶을 살았으니 우리 그를 본받아 나라사랑하자라는 식의 교훈을 얻어가라는 것이다. 사실 관객에게 설명하는 식의 이야기는 가장 원시적인 방식이 아닌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의 시체가 부산에 당도하고 그의 빨간 명정이 드리워지는 장면이다. 수 많은 깃발이 장관을 이루었다. 극의 사이사이에 멋진 장면을 넣을 수 있는 부분이 상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교훈은 보는 사람이 알아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비춰서 가지는 것이지 국사나 윤리 수업의 감상문 과제 제출용도 아니고...

  일흔이 넘어 의병대를 조직하여 의병장이 되었다는 면에서 최익현이란 인물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애국심이나 생각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 때문에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의 행동은 결코 작지 않다. 자신의 생명을 넘어서 가족의 안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인데도 그는 확신에 차서 행동을 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확신에 차게 만들었을까? 확신을 갖지 못하는 갈팡질팡하는 것이 싫지만 위험한 확신에 빠지는 것도 싫다. 어쨌거나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소망이 이루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살았으니까... 난 오늘도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야지~

 

웃긴 건 보통 연극 공연을 검색하면 맨 처음 뜨는 것이 연극 티켓팅 정보인데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는 그 어느 곳에서도 티켓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즉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모두 초대권으로 오게 된 것이다. 후원사가 은행이어서 은행 고객들에게 표를 다 나누어준 것이다. 결국 그들만의 연극이 되어버렸다. 5만원짜리 초대권이 생겨서 티켓을 바꾸었는데 7만원짜리 vip티켓을 주었다. 그 어디에도 vip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고, 내가 앉은 자리도 결코 vip라고 할 수 없는 자리였는데 말이다. 결국 어차피 모두 초대권이니까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싼 공연 보는 것처럼 위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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