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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무용] 시간에 대한 몇 가지 시선 - 움직임에 대한 맘대로 해석

무용 시간에 대한 몇 가지 시선

 유러한 움직임에 대한 맘대로 해석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을 열흘만에 다시 찾았다. 이번엔 무용을 보기 위해서였다. 항상 생각하게 되는 건데 가끔씩 보게 되는 무용은 정말 멋지다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몇가지 시선>은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공연을 본 지 일주일이나 되어서 리뷰를 쓰려니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멋진 공연이었다.)

 

Intro 시간 전 - 출연 권수임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다 - 출연 이정훈

Main The Portrait of Times - 댄스 필름 상영

시간이라는 상자속의 여자 ; 나의 혹은 모두의 시간을 이야기하다 - 출연 이정훈, 권수임

 

 

 

 

 

 

 

시간 전

면사포와 같은 천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여자가 서서히 깨어나 춤을 춘다.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 없는 무용은 지루할 수 있지만 음악이 그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할 분위기였고 무용가의 움직임도 그 음악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다

 

 

 굉장히 독특하고 멋진 퍼포먼스였다. 완전히 암전이 된 상태에서 남자 무용수(이정훈 분)가 머리에 노란 전구를 달고 나타나 멋진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날개짓을 하는 새였다가 헤엄을 치는 물고기 였고, 노동을 하는 인간이고 바윗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와 같은 몸짓도 보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지 클립을 찾아보았지만 없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깊은 섹션이었다.

 

 

 The Portrait of Times

 

 용분야에서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번째 파트는 무용을 상영관에서 볼 수 있도록 제작한 필름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에 대한 몇 가지 시선>에서 가장 별로였다. 팜플릿등을 통해 보여진 이미지는 아래와 같지만 필름에서는 이런 장면이 아니라 단 일인의 여성의 움직임만을 보여준다. 영상이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무용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그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곤은 편집과 제한된 프레임의 사용뿐인 것 같다. 왜 이걸 영상으로 만들어야 했는 지 잘 모르겠다. 그냥 무대 위헤서 연기해도 상관 없었을 것 같다.

 

시간이라는 상자속의 여자 ; 나의 혹은 모두의 시간을 이야기하다

 

마지막 파트로 가장 메인이라고 불릴 무용극이다.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목소리가 없을 뿐이지 그 이야기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시계가 그려진 검은 시간과 삶을 살아가는 붉은 여인. 시간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문득 1,2,3... 을 지나 다시 1,2,3... 숫자 9앞에 선 그녀는 앞으로 10,11,12만 지나면 이라는 이라는 것을 깨닿는다. 저항하고 저항해 시간을 역주행한다. 검은 시간은 그녀를 놓고 같은 방향으로 돌 뿐이다. 검은 시간은 역주행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곧 그녀와 마주쳐 그녀를 다시 끌고 간다. 여기서 재밌는 건 여인이 9이후의 숫자를 집어 던져버린다는 것이다. 검은 시간은 멈춰선다.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는 역주행 할 수 없는데 그 앞에 놓인 길은 사라져 버렸다.

 

 내 경우엔 무용이라는 것이 종종 그 움직임을 만든 사람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으로 관객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럴 때는 내가 저 무용수라면이라는 생각으로 그 움직임은 머리속으로 따라한다. 하지만 이 공연같이 키워드('시간')가 주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키워드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이미지와 이야기를 우리는 지난 삶에서 체득하여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무용수에게 투사한다. 무용수가 어떤 의미를 부여했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관객이 그 움직임을 마음대로 해석하게 된다. 그건 꽤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