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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석상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는 대족(따주)석굴


 대족석굴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청두에서 지냈던 트래픽 호텔 앞에는 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그곳에서 러산으로 오가는 버스가 있어 러산도 편하게 오갔다. 이른 아침 따주로 향할 때도 그곳으로 향했는데 따주로 가는 버스는 그 곳에는 없고 다른 버스터미널이라고 했다. 다행히 호텔에서 각각의 터미널의 위치한 한자가 표시된 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물어보면서 갈 수 있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그 터미널로 가는 첫번째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오랜시간 걸려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따주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우선 용천으로 가야한단다. 그래서 용천해 버스 티켓(95위엔)을 샀다. 용천에 도착하니 내린 곳에서 바로 따주행 버스(22위엔)를 탈 수 있었다. 보통 따주는 충칭에서 버스를 타면 오가는 경우가 많고 그게 쉬운 방법인데 내 경우에는 충칭으로 가면 따주를 가기 위해서 다시 되돌아서 가야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다. 하지만 청두와 충칭 사이의 길과 충칭과 따주 사이의 길이 넓고 잘 되어있어서 돌아가는 길임에도 시간은 더 적게 걸릴 수 있다.어쩌면 내 선택이 잘못 된 것일 수도 있다.



 따주(대족)에는 석굴이 여러개 있는데 바오딩(보정산)석굴이 대표적이기에 그리고 향했다. 따주 터미널에서 바오딩석굴도 꽤 떨어져 있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1위엔)로 2~3정거장 타고 가서 셔틀버스(3위엔)를 갈아탔다. 따주석굴의 입장료는 무려 135위엔. 그리 큰 규모는 아니고 딱 둘러보기 적당한 규모인데 엄청나게 많은 석불이 존재한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사원을 수도 없이 보게 되기 때문에 석불을 보기 위해서 '딱' 석굴만 볼 수 있는 따주에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말은 꽤 강한 유혹이 된다. 그리고 따주 석굴에 들어갔을 때 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굉장히 예쁘다. 거대한 미술관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각각의 석불이 가지는 곡선과 표정들에 감동하게 된다.



입장권을 사는 건물 앞에 동상이 하나 서 있는데 아무래도 70년에 걸쳐 이 바오딩산에 석불을 만든 남송시대의 승려 조지봉인 것 같다. 평생에 걸쳐 하나의 일을 해 나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굳은 신념은 어느 순간 아집과 우둔함이 되어버릴까? 사실 장인이 되어가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것이고 어쩌면 지혜보다는 몰입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것에 대한 동경을 가진다. 물론 그게 더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은 아니겠지만 번뇌할 필요없이 한가지에 몰입하면 되기에 어쩌면 고단하지 않고 범인들보다 더 편안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각각의 조각에 대한 설명도 찍어놓았고 나중에 정리해 두었는데 어디갔는 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설명을 정리하는 것은 너무 피곤한 일이다. 아무도 읽지 않을테고 나 또한 잊을테고.



이들은 어떻게 보아도 한족이 아니다. 흡사 크메르족을 떠올렸는데 중국의 서쪽이나 국경 너머에 살고 있는 이들이겠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절실함을 담은 조각상들은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그들이 자식에게 퍼붓는 사랑과 집착(?)은 장난이 아니다.





동굴 안쪽에 있는 불상들은 색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아래 불상이 중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어떤 양식의 불상이라고 하는데 불교에 문외한이다보니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오랜 시간 바람과 비를 맞아왔으면서도 대족석굴의 조각들은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유난히 이 한쌍의 조각들은 얼굴이 없었다. 얼굴이 잘린 것이 아닌 형태를 알아보지 못하게 갈린 모습이다. 다른 신체부위는 멀쩡하다. 물론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래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천년이 지났다. 이 조각과 관련된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그들은 어떤 죄를 진 것 일까? 너무나 아름다워 사람들은 먹고 자는 것을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던가? 대족석굴을 떠나는 버스에서 온갖 이야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대족 석굴에서 꼭 봐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1007개의 손을 가진 관음상. 하지만 아쉽게도 복원과정에 놓여져있어서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복원 작업 때문에 높여있는 물건들 사이로만 볼 수 있었다.



1007개의 손을 가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번에 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려나? 유심히 그 손들을 보고 있자니 손바닥에 눈동자가 보인다. 모든 손바닥에는 눈이 달려있다. 1007개의 손이 동시에 1007개의 눈동자인 것이다. 부처는 인간들의 보살피기 위해 수 많은 손과 눈을 만들어낸 것일까.




인생의 수레바퀴. 수레바퀴 안에 탄생에서 죽음까지 생의 전 과정이 새겨져 있다.







대족석굴을 보러가는 길은 번거롭고 입장료는 비싸지만 그 시간과 돈이 충분히 가치있을만큼 멋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