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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차이나 여행기

지난(제남)에서 타이위안(태원) 가는 길


천불산에서 내려와 기차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기차시간까지는 아직도 3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어서 창밖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시내가 나와서 얼른 내렸다. 백화점들이 밀집되어있었고 지난 닷새의 피곤한 여행에 대한 댓가(?)로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위로 올라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대실패!!!



메뉴 사진이 붙어있는 걸 봤을 때 난 팥죽인 줄 알았다. 오른쪽 아래 사진을 보면 팥죽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나 달라고 했지. 이름도 모르고 중국어도 모르니 그냥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50위엔이란다. 무려 1만원!!! 나의 하룻밤 숙박비만큼 비싼거다. 그래 팥죽이 얼마나 맛있고 고급스러우면 만원이나 하겠어 하면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날 부르기에 가서 보니 2개!!! 뭐지? "2개야?" "응." 난 두개 달라고 하지 않았으니 이 녀석이 두개 줄까? 라고 물었을 때 난 그냥 계속 응응 거리고 있었겠지? 아니 근데 혼자 온 내게 왜 그런 질문을 했던 걸까? 하여간 생전처음 먹어보는 음식 두그릇을 앞에 놓고 먹기 시작했다. 사진과 달리 실사는 한눈에도 팥죽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팥빙수의 변종이라고 할까나... 하지만 이건 한그릇을 반 정도 먹었을 때가 가장 좋을만한 맛이다. 저 하얀건 토란인 것 같고 다른 건 이름도 모르겠다. 중국어 못하는 황당한 외국인이 밥보다 비싼 저걸 두그룻이나 시켜놓고 퍼먹고 있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내가 이걸 무지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결국 한그릇 겨우 먹고 일어났다. 즐거운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던 저녁은 상처만 남기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제남역으로 향했다. 아직도 2시간 가까이 남았다. 역 앞 광장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에 나도 광장에 철퍽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노숙자들,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역 안으로 들어가봤자 앉을 자리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을테고 그곳에 냄새도 함께 하니까 광장에 앉아 있는 것이 낫다. 기차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아무리 살펴봐도 내가 탈 열차 K882이 출발한다는 대기실이 안보인다. 전광판을 뚫어져라 봐도 대기실마다 찾아가 개찰구를 봐도 K882가 없다. 큰 기차역이어서 인포메이션이 있었다. 티켓을 보여주고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니 기다리란다. 그리고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데려온다. 여기가 아니란다. 제남동역으로 가야한단다. 내 티켓에도 제남동(지난동)이라고 적혀 있음을 그때 서야 깨달았다. 티켓을 제남역에서 사서 나는 제남역에서 출발하는 줄 알았다. 티켓 살 때 물어봤던 것이 '제남동'인데 괜찮지? 였나보다. 쩝. 그래서 인포에서 택시 타면 10분 거리라고 했으므로 황급히 기차역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미터기를 안켜고 두손의 두번째 손가락을 엇갈리며 10위엔이라고 했다. 난 미터기를 킬 것을 요구했고 기사가 미터기를 켜고 도착하니 정말 딱 10위엔. 민망하군. ㅎ 다행히 출발전에 도착해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기차 티켓을 미리 사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사기 때문에 애초에 잉워(일반 침대칸)를 물어보지 않았다. 비싼 좌석일 수록 빨리 매진된다. 잉줘(딱딱한 의자)로 버틸 수 있을 마지막 나이라고 생각도 하고 돈도 없는 가난한 여행자 이기에 그냥 앉아서 가기로 한 것이다. 7시간 반동안 눈을 떴다 감았다는 반복하면 사람들과 뒤섞여 밤을 보냈다. 카메라를 애초에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기에 사진은 없다. 기차 여행의 낭만 따위는 안드로메다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기차 안에는 삶의 고단함과 가득하다. 만원을 아끼기 위해 침대가 아닌 좌석을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 근데 난... 말도 안되는 음식을 만원에 사먹고는 밤새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 왠지 사서 고생하고 있는 기분. ㅋ  


제남(지난)에서 태원(太原 타이위안) 가는 기차 시간표


열차번호

출발 도착

출발시간

도착시간

소요시간

가격

K882

제남동 태원

00:13

07:26

7시간 25

좌석 75위엔


딱딱한 침대 (상/중하)

133/138/142위엔

소프트 침대 (상/하)

205/214위엔

K1294

제남동 태원

00:30

09:53

9시간 42

K372

제남 태원

05:05

12:52

7시간 59

K1332

제남 태원

08:37

15:35

7시간 15

K1336

제남 태원

16:07

23:36

7시간 29

K1286

제남동 태원

17:17

00:28

7시간 29

 


간밤의 피곤함을 그때로 짊어지고 타이위안역을 빠져나가다가 빵 터졌다. 진상뱅크. ㅋ 우리나라 사람들만 웃겠지. 타이위안에 온 것은 순전히 평요(핑야오)를 가기 위해서다. 그러니 바로 핑야오로 가야겠지만 도시가 상당히 큰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론리에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괜찮은 도시라기에 쌍탑과 박물관에 들렀다가 점심때 핑야오로 향하기로 했다. 혼자하는 여행은 일정을 내 맘대로 해서 좋다. 무리를 하든 일정이 꼬여서 하루를 낭비하든 그냥 쉬고 싶은 날이어서 숙소에서 뒹굴어도 상관없는 혼자만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