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유스호스텔을 나와 태산 기차역으로 향했다. 지난(제남)행 기차는 수시로 있어서 티켓을 사는데 어려움은 없었는데 좌석이 없어서 서서 가야했다. 서서 가는 동안 영문학 전공이라는 중국 애랑 대화를 했는데 지난은 지나가는 곳에 불과해서 4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다면서 지난에 도착해서도 내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이런 거 매우 부담스럽기에 어렵게 떼어내고(?) 긴 줄을 서서 타이유안행 기차티켓을 사고 바로 천불산(千佛山)행 버스를 탔다. 도시 내에 샘물이 72개나 되어서 샘물의 도시로 불리고 정자와 함께 공원으로 꾸며진 샘물이 관광지로 개발되어있다. 뭐... 샘물이 뭐가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지난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천불산으로 향한 것이다. 천불산에 갔다가 다른 곳도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생각을 잘못했다. 천불산은 늦은 밤까지 열려있는 곳이고 다른 곳은 그렇지 않기에 천불산을 가장 마지막에 두는 것이 좋았을 뻔했다. 


천불산(千佛山)은 258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지난(제남) 낮 풍경은 물론 야경도 볼 수 있기에 인기가 높다. 올 3월에 쑤이창현에 가서 올라간 곳의 이름도 천불산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천불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들이 여러개 있다. 아무래도 제남이 인구 700만명 가까이 되는 큰 도시다 보니 적어도 중국내에서는 가장 유명한 것 같다. 과거에는 순산, 순겅산이라고 불렸고 리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등산로를 따라 많은 불상이 세워져 있고 산에 있는 암벽에도 부처가 새겨져 있다. 불교 신자들을 위한 공간이 지금은 제남 시민들을 위한 공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정의 문은 지난 2003년 수원시와 제남시의 자매도시체결 10주년 기념으로 수원화성을 상징적으로 만든 문이다. 올해로 20주년이 되겠다.


 

 


다양한 동작을 한 조각상들 앞에 설명이 써 있는데 중국어로만 되어있어서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저 기지개 펴는 조각 앞 설명을 읽으며 중국 사람들이 웃고 있었지만 왜 웃는지 알 수가 없네. 천불산 안에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다양하다. 6시간 이상을 머물렀지만 난 그냥 눈에 보이는 몇 곳만 보았다. 아는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흥국선사와 만불동은 꼭 들렀어야 하는데. 만불동은 천불산을 대표하는 곳이다. 천불산 가서 뭘 한거지?! ㅋ



사람들의 소원이 나무 가지마다 가득하다. 천불산이 밤까지 오픈된다는 것을 알고 천불산에 올랐다가 제남의 다른 스팟들을 가려던 생각을 포기하고 기차시간까지 머물기로 했다. 하늘하늘 날리는 사람들의 소원을 보며 라면을 먹고 멍 때리다가 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향했다.


 


 


아, 뿌옇다.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시야가 너무 나빠서 가까운 곳 밖에 보이지 않았다. 칭다오만 해도 이렇지 않았기에 이런 모습이 오늘만 그런 거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제남을 지나 계속된 중국여행에서 이런 날씨가 일상적이라 것을 깨닿게 되었다. 동티벳에 가기 전까지 어딜가나 시원한 전망을 보기는 힘들었다. 항상 뿌옇다.




천불산 정상에 오르면 가리는 것 없이 사방으로 전망을 볼 수 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낮보다는 밤에 사람이 더 많았다.


 


저~ 아래 거대한 금빛 미륵불상이 보였다. 우선 다시 내려가 이리저리 시간을 보낸 후 일몰과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올라오기로 했다. 30위엔이 아까워서 천불산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생각은 안했다. 차라리 30위엔으로 천불산 안에서 먹을 것을 사먹는 게 낫잖아.



높지 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가 있다. 상행 20위엔, 하행 10위엔. 슬로프로 내려가는 것도 있었다. 썰매 같은 것을 타고 정해진 트랙으로 숲길을 지나 내려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도 유료.


 


거대한 미륵불 앞에는 자전거와 롤러 스케이트 등과 슈퍼들이 여러개 있었다. 사람들은 미륵불 앞 작은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한구석 벤치에 누워 낮잠을 잤다.



무엇이 그리 놀랍고 슬프니.



낮에는 그래도 지평선 위쪽으로는 푸른빛이 조금이나마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잿빛이 되어버렸다.



이런 하늘에 일몰을 볼 수 있을 리 없다. 중국에서 일출, 일몰을 볼 수 있기나 할까?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중국인들에게 태산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정상의 정자에도 조명이 들어오고 도시의 빌딩들도 불을 밝힌다. 낮에는 아래 있는 숲에서 사람들이 많고 정상에는 별로 없었는데 밤에는 그 반대다.


 



내가 사진을 못 찍고 카메라가 그리 좋은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여전히 뿌옇 공기층 때문에 선명한 야경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기차시간 2시간 전에 천불산을 내려와 나오는데 저 앞 입구를 보니 나가는 사람들의 티켓 검사를 다시하고 있었다. 근데 주머니에 티켓이 없었다. 그래서 이어폰을 꽂고 다른 사람 검사하고 있을 때 그냥 나왔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 굳이 쫓아오지는 않았다. 말도 안되게 티켓 한번 더 살뻔 했다. 티켓을 항상 끝까지 잘 보관해야겠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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